네덜란드, 9월부터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강화…中 강력 반발

2023-07-02 16:19
ASML에도 피해 예상
中, 수출 통제 강화 요구한 미국에도 비난
옐런 방중 앞두고 美中 관계 먹구름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네덜란드가 9월부터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 기존에 시행하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수출 금지에 그치지 않고 첨단 기술 비중이 적은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수출까지 금지할 전망이다. 반도체 산업에 피해가 예상되는 중국은 네덜란드와 미국을 비난하고 나섰다. 

◆ 네덜란드, EUV 이어 DUV까지 수출 통제 강화…"국가 안보 위한 조치"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CNBC방송 등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관보를 통해 오는 9월 1일부터 자국 반도체 장비 기업이 일부 DUV 노광장비를 해외로 선적할 때 정부 수출 허가를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노광장비는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에 빛으로 회로를 새기는 공정에 이용되는 장비로, 이번 조처는 사실상 대중국 수출 규제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조치는 중국이나 ASML 등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중국으로의 장비 공급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군사 목적으로 사용될 우려가 있는 곳에 장비 수출을 규제한다는 입장이다. 리셔 스레이네마허르 네덜란드 대외무역·개발협력 장관은 "국가 안보를 위해 이 조치를 단행했다"며 반도체 장비들이 군사용 목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매우 소수의 회사와 모델만 영향을 받을 것이며 중국이 거론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기업 이름이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을 겨낭한 조처로 풀이된다. ASML은 전 세계 반도체 노광장비 시장에서 점유율이 90% 이상에 달한다.

이번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대중 수출 규제는 미국 정부의 압박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 1월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주재로 일본, 네덜란드 측과 3자 협의를 진행하는 등 반도체 장비 대중국 수출 통제에 동참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미국은 ASML 장비에 미국 기업의 부품이 들어가는 점을 근거로 압박했고, 결국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 3월 대중국 DUV 수출 규제를 예고했다.

한편 ASML은 이 같은 조치에 "올해와 내년 재무 전망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그러면서 ASML은 네덜란드, 미국 EU의 규정 사항을 준수할 것이라고 입장을 설명했다. 그럼에도 시장은 ASML에도 피해가 있을 것으로 우려하는 분위기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은 ASML의 가장 큰 고객 중 하나"라고 전했다. EUV 수출 제한이 본격화되면 ASML에도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시장이 보는 이유다. 

당국 규제가 발표된 뒤 지난달 30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주식시장에서 ASML 주가는 장중 3.6% 내린 645유로까지 떨어졌으나, 이후 낙폭을 다소 만회해 0.8%가량 내린 663유로로 지난주 장을 마쳤다.

◆ 중국, 네덜란드·미국 향해 거센 비난… 美中 관계 다시 먹구름 

네덜란드 당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조치가 알려지자 중국 당국은 즉각 반발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1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최근 몇 달 동안 중국과 네덜란드는 반도체 수출 통제 문제에 대한 다층적이고 빈도 높은 소통과 협상을 했으나 네덜란드 측은 결국 관련 반도체 장비를 통제 목록에 넣었다"며 "중국 측은 이에 대해 불만을 표한다"고 말했다.

향후 미·중 관계에도 다시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지난달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데 이어 재닛 옐린 재무장관의 방중도 예고되면서 수출 규제 완화 가능성 등이 거론되기도 하는 등 양국 관계가 해빙 모드로 나아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됐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양국 관계에 다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중국은 네덜란드의 이번 조치와 관련해 "(미국이) 다른 나라를 협박해서 중국에 대한 반도체 탄압과 포위에 동참토록 했다"며 미국을 향해서도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