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대립에 최저임금 법정시한 못 지켜…내달 4일 재논의

2023-06-30 00:23
노동계 '1만2210원' 인상·경영계 '동결' 이견차

2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9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와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할 최저임금위원회가 법정 논의 시한을 결국 넘겼다. 노동계가 다시 참여하며 사측과 논의를 이어갔지만 끝내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최저임금위는 29일 오후 3시부터 정부세종청사에서 제9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지난 27일 제8차 전원회의에서 정부가 구속한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을 근로자위원에서 해촉한 것에 항의하며 퇴장한 근로자위원 8명 전원도 참석했다.

이날 회의는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제시안으로 올해보다 26.9% 많은 '1만2210원'을 내놓은 노동계와 '동결'을 최초안으로 제시한 경영계가 처음으로 만난 자리였다. 양측은 수정안 없이 기존 요구안을 들고나와 공방을 이어갔다.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이날 "각종 분배지수가 악화하고 있다"며 "내년도 최저임금은 대폭 인상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내년 최저임금은 일자리를 찾거나 유지하려는 근로자, 고용 주체인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도록 반드시 안정돼야 한다"며 동결을 요구했다.

회의는 정회와 속개를 거듭하며 밤 11시 10분쯤까지 이어졌지만, 양측이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끝났다. 최저임금위 측은 "노사 양측의 최초 제시안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치열한 논의를 전개했으나,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로써 최저임금 결정은 다음으로 미뤄졌다. 또다시 법정 시한을 못 지켰다는 불명예도 떠안았다. 박준식 최저임금위 위원장도 법정 심의·의결 기한을 준수하지 못한 데 유감을 표했다.

최저임금제는 1988년 도입됐다. 심의 첫해인 1987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36차례 심의 가운데 법정 기한을 지킨 건 9번뿐이다. 지난해에 시한을 지킨 것도 2014년에 이어 8년 만이었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은 매년 8월 5일이다. 이의 제기 절차 등을 고려하면 7월 중순까지는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 최저임금위는 오는 7월 4일 오후 3시에 제10차 전원회의를 열고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최저임금위는 "노사 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다수 위원 의견을 들어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박 위원장이 양측에 반드시 다음 전원회의까지 진전된 수정안을 제출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