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 당시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던 국내 에너지 기업들이 현지에서 다각적인 사업협약을 맺어 주목된다. 최근 국내외 에너지 기업들은 베트남을 새로운 시장으로 점찍고 있다. 베트남이 중국을 이은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르자 전력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고, 베트남 정부도 에너지 사업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베트남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보급 등 국가 전력 개발을 위해 2050년까지 6580억 달러(약 858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23일 베트남 현지 화력 발전소 운영사 3곳과 친환경 연료전환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MOU에 따라 두산에너빌리티는 내년까지 친환경 연료 전환 기술·도입 방안 도출에 나선다. 이를 토대로 순차적으로 친환경 연료 전환·암모니아 혼소 발전 등 실증 프로젝트를 선정해 추진할 계획이다.

SK E&S도 베트남 현지 정부기관 및 기업들과 청정수소·LNG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한 다수의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SK E&S는 베트남 최대 국영 에너지 기업 페트로베트남(PVN), 베트남 TTC그룹 등과 함께 베트남에 수소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친환경 전력을 공급하는 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베트남에 불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붐은 현지 정부가 추진하는 '2050년 탄소 배출 제로' 달성 목표 때문이다. 베트남은 2020년 기준 발전설비 용량의 30%가량을 석탄이 차지하고 있어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이 시급한 상태다. 여기에 미·중 패권전쟁으로 인한 탈(脫)중국 영향에 글로벌 기업이 생산기지를 베트남으로 옮기고 있어 전력 수요가 대폭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 5월 '국가전력개발계획(PDP8)'을 발표했는데 신재생에너지 보급 등을 위해 2050년 최대 6580억 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굴지의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베트남에 몰려들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 에너지 업계 1위 프랑스 토털(Total)을 필두로, 미국의 엑손모빌(ExxonMobil), 일본의 마루베니 등이 베트남 전력 사업에 뛰어들었다. 

SK와 두산 이외에도 다수의 한국 기업이 현지 에너지 시장에 진출해 있다. 태양광 분야에 진출한 한국 기업으로는 도화엔지니어링, 한라이앤씨, 신성이엔지 등이 있다. 씨에스윈드는 현지 공장에서 해상풍력타워를 만들고 있다. 

LS전선아시아는 베트남 전력케이블 시장의 2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베트남 전력 발전 수요 증가에 힘입어 LS전선아시아의 하이퐁과 호찌민 법인은 작년 매출 1조455억원을 올려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트라(KOTRA) 호찌민무역관은 "PDP8이 2030년까지 주로 풍력발전 6000메가와트(㎿)와 ESS저장장치 300㎿ 시범사업에 무게를 두고 있는 만큼 한국 기업들이 두 가지 분야에 집중해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베트남 태양광 산업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건 우리 기업에 걱정거리다. 발전보조금(FIT) 지급 등을 통해 태양광을 적극 장려한 7차 PDP 시행 결과, 남부에선 태양광 발전 전력이 남아돌고 있다. FIT는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 구매 가격이 기준 가격보다 낮으면 그 차액을 지원하는 제도다. 현지 태양광 FIT이 폐지될 가능성이 있어 발전 사업자 입장에선 기대 수익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 

이지혁 해외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높은 투자 비용부터 FIT 일몰에 따른 수익성 문제 등 리스크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현지 공무원의 비능률적 관행이나 하도급 업체의 사업 수행 능력 부족 등 외국인 비용(현지 경영 활동에 따른 추가 비용)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