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어카운트 규모 3년 전 수준으로 뚝… 증권사 수익도 감소
2023-06-2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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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어카운트 잔액이 3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가파른 금리 상승에 기업들의 환매 러시가 이어지고 주식시장도 부진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감소세는 주춤하고 있지만 랩 운용 실태가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150조원대 수준을 회복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 랩어카운트 계약 자산 규모는 112조6476억원으로 집계됐다. 112조원대를 기록한 건 2020년 4월(112조1173억원) 이후 3년 만이다.
랩어카운트 잔액은 2020년부터 꾸준히 증가했다. 2021년 8월 150조원을 넘어선 뒤 150조원대에서 등락을 보였다. 지난해 9월부터는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꾸준히 줄어들었다. 특히 9~11월에는 월평균 6%씩 급감했다.
랩어카운트는 고객에게서 권한을 위임받아 자산을 운용하는 계좌다. 주식뿐만 아니라 상장지수펀드(ETF)·채권·해외 펀드 등 투자처를 다각화해 고객별 맞춤 운용을 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세계 중앙은행의 긴축 우려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 금리가 높아지면서 주식과 채권시장이 나란히 부진했고 수익성이 저하됐기 때문이다.
증권사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올해 1분기 랩어카운트 판매수수료 수익은 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4% 줄었다. 같은 기간 삼성증권 역시 58억원에서 35억원으로 급감했고 미래에셋증권(-27%), NH투자증권(-15%) 등도 수수료 수익이 줄었다.
다만 랩어카운트 잔액 감소세가 3월 들어 완만해졌고 3월 대비 4월에는 오히려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다시 수요가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하반기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이다. 긴축이 종료될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받으면서 금융장세가 이어지고 나아가 실적장세도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최근 일부 증권사가 랩어카운트 상품을 판매하면서 채권 돌려막기, 불법 자전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금융당국이 이를 들여다보고 있는 만큼 랩어카운트 잔액이 다시 커지기 위해선 신뢰 문제도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랩어카운트 잔액이 레고랜드 사태 이후 급감했지만 최근 다시 늘어나고 있다"면서도 "최근 랩 관련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상태라 낙관적으로 보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