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선의 시선] 한·중 관계 뒤흔든 '싱하이밍 논란'…장기전은 막아야
2023-06-18 16:40
'백척간두(百尺竿頭)'. 몹시 어렵고 위태로운 지경에 처했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최근 한·중 관계가 이렇다. 불행은 겹쳐서 오듯이 남북관계 위기와 수출 적자 국면에서 한·중 관계 악화라는 대형 악재가 찾아왔다. 하지만 해법 찾기가 쉽지 않다. 양국 관계 위기를 촉발한 불씨조차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를 비롯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구축, 대만 문제, 코로나19 방역 논란 등이 연이어 터지면서 악화된 한·중 관계의 근원을 제거하기가 늦었다.
이런 상황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공개적인 윤석열 정부 비판은 악화된 양국관계에 기름을 붓게 됐다. 싱 대사는 지난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한·중 관계를 논의하던 중 윤 정부의 외교 정책을 대놓고 비난했다. 그는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는 등 한국 정부에 노골적인 불만을 내비쳤다.
우리 정부는 싱 대사의 언행이 선을 넘었다고 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3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싱 대사의 공개 발언이 외교관으로서의 부적절한 태도였다고 비판하며 국민에게 불쾌함을 줬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중국 측에 싱 대사 조치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정치권의 대응은 이해하기 힘들다. 여야는 논란만 부추긴다. 국익은 잊은 듯하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교류 목적'이라며 지난 12일에 이어 15일에도 중국을 방문하자 국민의힘은 일제히 정치 공세에 나섰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민주당을 향해 "외유 한 번 가려고 중국 돈을 받고 나라를 팔아먹는 짓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느냐"고 했다. 국민들은 정치권의 이 같은 정쟁에 한숨만 내쉰다. 여야가 국익보단 물어뜯기에 바쁘기 때문이다.
한·중 관계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한발만 더 물러서면 천 길 낭떠러지다. 정부도 그냥 무시해서는 안 된다. 여야 의원들도 정신 차려야 한다. 한·중 관계를 이대로 끌고 가기에는 우리가 감당해야 할 경제적 리스크가 큰 탓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무역협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기준 중국은 한국 수출에 약 22.8%를 차지하고 있어 16.1%를 차지한 미국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 협조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