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수능 150일 전 '공정 수능' 폭탄…'만 5살 입학' 혼선 재현되나

2023-06-19 00:10
교육계 커지는 '물수능' 우려...대통령실 "공정한 변별력 갖추라는 지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교육 개혁 추진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공교육 교과과정 내에서 출제하라"는 이른바 '공정한 수능' 지시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공정한 변별력을 갖추라는 지시"라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선 지난해 7월 발생한 '만 5살 초등입학' 혼선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5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사교육비 경감 방안을 강력히 추진하라"며 "학교 수업에서 다루지 않은 부분은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에 윤 대통령이 이른바 '물수능'으로 불리는 쉬운 수능을 지시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자 4시간 뒤 대통령실은 '출제 배제' 대상을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라고 브리핑 내용을 수정했고, 다음날 "변별력은 갖추되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는 수능에서 배제하라”는 것이 윤 대통령의 지시였다고 추가 설명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 역시 16일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발언이) 쉬운 수능으로 가야 한다는 취지는 결코 아니다"라며 "어려운 문제라 하더라도 학생들이 학교 교육과정에서 배우는 범위에서 출제해야 한다는 거지 무조건 어려운 문제를 배제하라는 정책 방향은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다.
 
대통령실에서는 교육당국이 변별력 등을 이유로 이른바 '킬러 문항' 등을 용인해 불공정한 수능을 방치했고, 이를 지렛대로 사교육 시장이 팽창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교육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 편(카르텔)이란 말인가"라는 지적 배경에도 그러한 문제의식이 있다.
 
결국 윤 대통령의 지시 다음날 교육부 대입 담당국장이 경질되고,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에 대한 교육부와 국무총리실의 12년 만의 합동 감사가 예고됐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19일 당‧정 협의회를 열어 교육비 절감 및 공교육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다만 당초 사교육 문제는 이 부총리의 현안보고에 포함된 내용이 아니었고, 윤 대통령이 즉석에서 별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윤 대통령의 '사교육 개혁 의지'와 관계없이 수능 5개월을 앞두고 나온 국정 최고 책임자의 발언에 공교육 현장의 혼란만 불렀다는 것이 야권의 지적이다.

특히 지난해 7월 윤 대통령이 교육부 업무보고를 받고 "초·중·고 12학년제를 유지하되 취학 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고 지시했다가 역풍이 불어 박순애 당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사퇴로 수습한 일이 또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8일 서면브리핑에서 "교육 문외한인 윤 대통령이 수능 출제 방식에 훈수질한 것은 잘못"이라며 "수능이 5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내지른 지시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공황 상태에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홍 대변인은 "만 5세 입학 논란 때 박 부총리 경질에 이은 교육부 수난시대다. 교육부 공무원들이 단두대에 서야 할 적폐인가"라며 "책임져야 할 사람은 '무데뽀'로 지시를 내린 대통령 본인"이라고 일침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자신의 SNS에 "벌써 학원가는 대통령발 불안과 혼란으로 먹고살 준비를 하고 있다. 대통령이 좋아하는 자유시장경제, 경쟁의 상징이 사교육 시장 아닌가"라며 "지난해 만 5세 취학 폭탄, 이번엔 수능 폭탄으로 혼란만 야기했다. 둘 다 대통령이 자초한 리스크"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