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현대차 파업 손배소' 파기환송..."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 제시"

2023-06-15 15:58
쌍용차 일부 배상액 인정...금속노조 "유감"

지난달 16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정부에 노조 탄압 중단 등을 촉구하며 총파업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법원이 불법 파업에 가담한 노동자 개개인에 대해 일괄적으로 같은 손해배상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노동계에서는 이 같은 대법원 판단이 향후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입법 과정에서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15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이날 현대자동차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서 주요 쟁점은 '노조 측 쟁의행위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을 때 개별 노동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을 권리 남용으로 볼 수 있는지'였다.

대법원은 "개별 조합원에 대한 책임 제한의 정도는 노동조합에서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와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같은 날 쌍용자동차가 금속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사건 상고심 판결에서도 대법원은 "점거 파업이 불법행위고, 원고 측 손해를 인정한다"면서 "배상액 산정을 다시 하라"고 판단했다. 쌍용차가 2009년 파업에서 복귀한 노동자에게 지급한 18억2000만원(원금의 30%)을 배상액에서 제외하라는 취지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노동조합의 쟁의 행위로 손해가 발생했을 때 회사가 개별 조합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다. 이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이 추진하는 '노란봉투법'과 직간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내용이다.
 
개정안을 보면 노조법 2조는 현행 '사용자' 정의인 '근로조건에 사실상 영향력 또는 지배력을 미치는 자'를 보다 폭넓게 확대해 노동자들이 원청의 '진짜 사장'과 노동 조건을 교섭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노조법 3조를 보면 파업으로 인해 기업이 손해를 입었을 때 노동자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한 조문이다. 개정안은 손해배상 책임이 면제되는 조항을 더욱 구체적으로 명시해 노동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법원 판결로 각 사업장의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사건을 일반화하는 건 어렵다고 했다. 송강직 동아대 로스쿨 교수는 "민법상 손해배상은 고의 과실을 따져야 하는데 각 사례마다 기여도와 사용자 과실 여부가 다르다"며 "대법원 판결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대법원 판결이 '보편적 원리'를 정하는 게 아니다"며 "문제 사안을 두고 가장 현행법에 근접한 해석을 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이번 판결이 향후 노란봉투법 입법 과정에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란봉투법 입법 목적 일치···일부 배상액 인정은 유감"

노동계에서는 이날 판결이 나오고 "입법 목적과 어느 정도 일치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민주노총은 "대법 판결은 쟁의행위로 인한 개별 조합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고, 무분별한 고정비 손해배상청구에 제동을 걸었다"며 "쟁의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엄격히 판단했다"고 해석했다.

또 "향후 대법원이 헌법상 노동3권 보장 취지를 충분히 살려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엄격하게 제한하겠다는 기조를 명확히 한 것이고, 또한 이번 대법원 판결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법적 근거를 명확히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해배상이 청구된 당사자인 금속노조는 이날 성명서에서 쌍용차 사건을 두고 "노동자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국가가 제기한 손배 소송에서 노동자 투쟁에 대해 정당방위를 인정했다. 이번 사법부의 배상 책임 인정은 노동3권에 대한 '잘못된 사법적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금속노조는 "법률적 판단과 중앙집행위원회 및 중앙위원회를 소집해 이에 대한 대응과 방향에 대해 결정하겠다"며 "7월 12일 총파업으로 노란봉투법 개정과 윤석열 정권의 노동 탄압 저지에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