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상전벽해' 청량리, 연말까지 3000가구 입주 랠리... 일대 전셋값 2억 '뚝'

2023-06-14 18:20

 

14일 찾은 청량리역 일대 초고층 아파트 건설 현장.[사진=한지연 기자]


"롯데캐슬 SKY-L65 입주가 코 앞이라 전세 들어가기는 지금이 딱 좋은 시점이에요. 전용 84㎡ 초고층 신축 아파트 가격이 5억원대라 인근 구축 시세와 1억원 밖에 차이가 안나죠. 광화문, 여의도 등 도심권 맞벌이 부부들의 실수요 문의가 많은 편이에요."(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A공인중개사 대표)
 
올 연말까지 3000여 가구 입주장이 시작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일대의 전셋값이 들썩이고 있다. 지난 3일 입주를 시작한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1152가구)'을 필두로 7월에는 청량리 롯데캐슬 SKY-L65(1425가구)가, 올 11월에는 힐스테이트 청량리더퍼스트(171가구)가 순차적으로 입주한다.
 
14일 찾은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은 입주를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 단지는 한양이 시공한 59층 높이의 대단지로 청량리 일대에서 65층인 청량리롯데캐슬SKY-L65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2019년 일반분양 당시 전용 84㎡ 분양가가 9억5900만~10억7800만원에 책정됐다.

현재 30층 이상 매매 호가는 15억원 안팎이지만 실거래가는 층별로 차이가 크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업소의 공통된 설명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이 아파트 전용 84㎡은 지난달 저층(5층)이 8억6400만원, 고층(49층)이 14억1485만원에 거래됐다. 저층과 고층의 가격차가 배 가까이 벌어진다.
 
아파트 도로 공사로 주변이 엉망인 상황에서도 공인중개업소들은 창문에 '한양수자인, L65 입주 전세·월세·매매 상담 환영' 등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며 응대에 적극적인 분위기였다. 한양수자인 그라시엘 단지 H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앞뒤가 탁트인 84㎡ 전세가 5억~5억5000만원에 나와있고, 25층 이상을 원한다면 6억원까지는 생각해야 한다"면서 "청량리에 처음 들어서는 초고층 신축 대단지 아파트이다보니 실거주 의사가 높아 전세 문의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7월에는 롯데캐슬, 11월에는 힐스테이트가 입주를 시작하기 때문에 전세가는 당분간 계속 떨어질 것으로 본다"면서 "L65타워의 경우 급한 집주인들의 전세 호가가 현재 전용 84㎡ 기준 7억원 선인데 조금만 기다리면 가격은 얼마든지 조정될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방문한 7곳의 공인중개업소 가운데 5곳의 업소에서는 이번 입주장 여파가 올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봤다. 지난 1월 준공한 청량리역해링턴플레이스(220가구)와 3월 준공한 힐스테이트청량리(945가구)의 물량 소진이 덜 된 상태에서 앞으로 2748가구가 시장에 풀리면서 입주 예정자들이 잔금을 치르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농동 R공인중개업소 대표 이모씨는 "한양수자인의 경우 매매 호가는 15억원선이지만 실제 거래되는 가격은 그보다 더 낮고, 전세가는 올 초만 해도 7억원대였지만 최근 5억원대까지 떨어졌다"면서 "입지와 상품성이 더 좋은 L65타워 입주가 시작되기 전에 물건을 빼려는 집주인들이 많아 앞으로 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