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십중팔구는 정정…상장시기 눈치보는 IPO 기업들
2023-06-11 17:00
올해 기업공개(IPO)에 나선 기업 10곳 중 9곳 상장 일정이 연기되면서 중소형 기업 사이에선 긴장감이 감돈다. 하반기 두산로보틱스 등 '조 단위 대어급'들도 IPO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증권신고서를 수정하면서 상장이 밀리게 된다면 하반기 대어들과 일정이 겹쳐 투자자 자금이 쏠릴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IPO를 추진한 기업(스팩 제외) 중 증권신고서를 정정한 곳은 39곳 중 36곳으로 집계됐다. 오브젠, 삼기이브이, 스튜디오미르, 꿈비 등은 1차 정정으로 끝났지만 티이엠씨, 제이오, 바이오인프라 등은 두 번 수정했고 한주라이트메달, 미래반도체 등은 세 번이나 증권신고서를 고쳤다.
이 과정에서 증권신고서를 정정한 기업들 상장 일정은 상당 기간 밀렸다. 당초 지난 3월 수요예측을 실시할 예정이었던 틸론은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면서 오는 7월로 상장이 연기됐다. 그 외 에스바이오메딕스, 지아이이노베이션, 나라셀라, 마녀공장 등도 연이어 상장 일정이 연기됐다.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금융감독원이 증권신고서 심사를 강화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상장했던 바이오 기업 실적이 부진하면서 투자자 피해가 컸다는 인식 때문이다.
거듭되는 증권신고서 정정에 기업들은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상장 일정이 연기된다면 올 하반기 출격하는 1조원 이상 '대어'들에 유동성을 뺏길까 긴장하는 모습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과거 LG에너지솔루션이 IPO를 추진할 때 공모 금액만 15조원에 달했다"며 "시장에서 대부분 돈을 빨아들여 자본 잠식이 컸고 이후 다른 기업들은 수급에서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어급이 많은 만큼 다른 IPO 예정 기업들은 상장에 대한 부담만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