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교역조건 25개월 연속 악화…​반도체 불황 여파 어디까지

2023-05-31 12:00

경기 평택시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반도체 불황에 따른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반도체 수출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국내 교역조건지수가 25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낸 것이다. 다만 하락 폭은 지난해 같은 기간(-5.0%)보다 대폭 둔화된 모습을 보였다.  

3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 통계에 따르면 단위당 수출대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지수화한 순상품교역조건지수(83.86)는 전년 동월 대비 0.5% 하락하며 2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순상품교역지수가 83.86이라는 것은 100만큼의 상품을 수출했을 때 83.86만큼 수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수출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의미하는 소득교역조건지수도 97.76을 기록하며 전년 동월 대비 3.7% 하락했다. 소득교역조건지수 또한 15개월 연속 내리막을 탔다.

이처럼 국내 교역조건이 악화된 배경은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수출품 가격이 약세를 보이면서 수출가격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분야별 수출금액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6.0% 하락한 118.32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컴퓨터와 전자·광학 기기(-38.8%), 석탄·석유 제품(-27.3%), 섬유·가죽 제품(-16.6%) 등 대부분 항목이 크게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수입금액지수는 13.5% 하락한 145.50으로 집계됐다. 석탄·석유 제품이 40.6% 낮아지면서 수입물가 하락을 주도했고 제1차 금속제품(-21.3%)과 컴퓨터와 전자·광학기기(-17.5%) 항목이 뒤를 이었다.

이 기간 수출물량지수(116.57)와 수입물량지수(120.22)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3.2%, 0.9% 하락했다.

한은 측은 교역조건 하락 행진 속 2년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하락 폭을 줄인 대목에 의미를 부여했다. 한은 관계자는 “원유·천연가스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고 순상품교역지수 하락 폭이 줄었다”며 “순상품교역지수가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