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커플링' 아닌 '디리스킹'...中과 대화시도하는 尹정부

2023-05-25 17:54
정부 고위 관계자 "중국과 소통할 것"...中 "문제점 어디있는지 깊이 인식해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 발언하고 있다. 추 부총리와 싱 대사는 양국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 위해 이날 만났다. [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가들이 최근 중국과의 관계를 단절을 의미하는 '디커플링(decoupling, 탈동조화)'에서 위험 요소 관리를 뜻하는 '디리스킹(de-risking, 위험회피)'으로 전환하면서 윤석열 정부도 중국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다만 중국이 우리의 대화 노력에 얼마나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25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박진 외교부 장관은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한중 고위급 소통 계획과 관련해 "친강 외교부장과 곧 협의해 만날 계획"이라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간에, 중국 정치국원 국무위원과의 채널도 가동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22일 한 방송에서 "중국도 현안에 대해 한국, 일본과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중국과 일본, 중국과 한국 양자 간 전략 대화를 시작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같은 날 국회에서 "중국은 (한국의) 제1교역국이며 투자국"이라며 "미국과 관계를 강화하는 것을 중국을 외면하는 것으로 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탈중국을 선언한 적도, 그럴 의도도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 고위관계자들의 이러한 메시지는 역대 정부가 수십 년을 이어온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기조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안미경미(안보는 미국, 경제도 미국)'로 급격히 전환했고, 이후 대중 무역수지 적자가 커진 것 아니냐는 지적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관세청이 22일 발표한 5월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이달 1~20일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액은 67억 9200만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23.4% 감소했다. 대중 수출이 이달에도 감소를 기록할 경우 지난해 6월 이후 12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대중 무역적자는 더 심각하다. 대중 무역적자는 지난해 10월 이후 올 4월까지 7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흑자로 일시 반등한 것을 제외하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5월부터 적자다. 지난 1년간 누적 무역수지 적자만 153억 달러로, 이는 지난해 연간 무역수지 적자 477억 달러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 경제가 지금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두 가지 요인이 바로 '중국'과 '반도체'"라며 "중국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램의 77.8%, 낸드플래시의 48.7%(2022년)를 점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것은 옳은 선택이지만, 우리는 중국과 경제교류를 할 자유도 확보해야 한다"며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 일본, 호주, 인도, 그리고 심지어 미국 자신도 중국과 다양한 경제교류를 계속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윤석열 정부의 대화 노력을 중국 정부가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외교가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4월 12일 LG디스플레이 광저우 공장을 찾아 한·중 우의를 강조하는 덕담을 한 것이 일종의 분기점이었다는 평가다.

시 주석이 한국 기업의 중국 사업장을 찾아간 것은 2012년 집권 이후 처음으로, 한국 정부에 손을 내밀었다는 해석이 나왔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그로부터 일주일 후인 4월 19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대해 절대 반대한다"며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과 대만만의 문제가 아니고 남북한 간의 문제처럼 역내를 넘어서서 전 세계적인 문제"라면서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만 문제를 언급했다. 4월 말 미국 국빈 방문에서도 비슷한 입장을 반복했다.
 
결국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우리 정부의 중국과의 대화 노력에 대해 "한국 측은 현재 중·한관계 문제점이 어디 있는지 깊이 인식하고 엄숙하게 대응해야 한다"면서 우리 정부에 공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