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업계 폐기물 재활용사업 5년···환경단체선 "이익 노린 편법"

2023-05-23 05:00
업계 ESG 사업 일환 2018년부터 시작
온실가스 감축논리로 관련 매출 성장세

시멘트업계 폐기물 재활용 사업에 대해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시멘트업계가 발암물질을 다량 함유한 폐기물까지 투입해 시멘트를 만들면서도 '친환경 사업'이라고 포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폐기물 시멘트 안전관리기준'에 대한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시멘트 업체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사업 일환으로 2018년부터 폐기물 사업에 진출했다. 어치피 소각 처리하는 폐기물을 시멘트 원료로 활용할 수 있으니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수 있다는 논리다. 현재 시멘트 업체는 석회석만으로 시멘트를 만들지 않고 폐기물을 소성로(시멘트 원료를 녹이는 가마)에 함께 집어넣고 태운 후 남은 소각재를 시멘트 재료로 함께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이와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날 강연자로 나선 박현서 열환경기술연구소 소장은 시멘트 업체들이 원가 절감과 이익 극대화를 위해 편법을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존 소각장에 반입되지 못하는 슬래그, 석탄재 등 비가연성 폐기물로도 시멘트를 만들고 있다는 시각에서다. 폐기물 처리 신규 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시멘트업계가 발암물질이 다량 햠유된 폐기물까지 무분별하게 사용한 결과 국내 시멘트 제품 3개에서 6가크롬 검출량이 유럽연합(EU) 기준치 대비 4.5배를 넘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기존 소각장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또 다른 연사인 김동환 환경국제전략연구소 소장은 시멘트 업체가 소각장과 다른 환경 규제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질소산화물 배출 규제와 관련해 소각 업계 실시간 배출량은 50ppm을 넘지 못하지만 시멘트 소성로는 설치 시점에 따라 최대 270ppm까지 배출이 허용된다.

우리나라는 2007년 1월 이후 세워진 공장에 대해선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을 80ppm으로 정했지만 2007년 이후 국내에 새로 지어진 시멘트 공장이 없어 바뀐 법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시멘트 업체가 더욱 저렴한 비용으로 쓰레기를 소각할 수 있는 배경이라고 주장했다. 톤(t)당 소각 비용을 살펴보면 시멘트 업체는 5만5000원 수준이지만 소각장은 23만원에 달한다.

실제로 모 시멘트 회사 폐기물 재활용 담당 사업부 연 매출은 2020년 710억원에서 2021년 1212억원, 2022년 1724억원으로 늘어났다.

이에 김 소장은 "시멘트업계가 폐기물 시장을 교란하는 사이 260여 개 소각장 중 112개가 가동을 멈추거나 사업장을 폐쇄했다"며 "검증되지 않은 폐기물 처리로 시멘트업계는 추가적인 환경 오염을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폐기물 처리를 두고 이 같은 우려를 일부 해소해줄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은 1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여기에는 △시멘트 제조에 사용된 폐기물 종류, 원산지, 구성 성분 등을 공개하고 △시멘트 유해성 기준에 따라 등급을 구분하고 용도를 제한하며 △이를 어길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2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폐기물 시멘트' 관련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김혜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