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재정적자 100조 넘을 듯…운신의 폭 좁아지는 정부

2023-05-14 15:41
1분기 적자만 54조, 3월 말이 연간 절반 수준
확정예산 지출도 빠듯, 추경 손사래 어불성설

[사진=기획재정부]

정부가 2월과 3월 두 달간 평균 30조원이 넘는 나라 살림 적자를 냈다. 소득세와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주요 세수가 감소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2월에 38조2000억원, 3월에 23조1000억원 상당의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냈다.

1월에 7조3000억원 상당의 흑자를 낸 덕분에 1분기 재정적자 규모는 54조원선에서 멈출 수 있었다.

관리재정수지는 나라 살림을 가늠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지표다.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기 위해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 수지를 차감하면 관리재정수지가 나온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확대는 쉽게 말해 들어온 돈보다 쓴 돈이 많아 빚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정부의 수입과 지출이 계절성을 띠므로 재정수지 역시 월별로 일정한 흐름의 그래프를 그린다.

통상 2월부터 6월까지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다 6월에 1차로 정점을 찍고 하반기엔 등락을 거듭한다. 연간 수치는 6월과 비슷한 수치로 결정된다.

지난해를 보면 재정적자는 6월 101조9000억원까지 급속히 불어난 후 하반기에 소폭 더 증가해 연말 117조원으로 마무리됐다.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에는 6월에 59조5000억원까지 불어난 후 하반기에 적자 규모가 소폭 줄어 연말에는 54조4000억원이었다.

이런 그래프의 흐름에서 3월은 재정적자가 한참 늘어나는 중간쯤 되는 시기다.

최근 4년간 월별 재정적자 흐름을 보면 3월 말 재정적자는 대개 연간 재정적자의 절반 수준이었다.

2019년 3월 재정적자는 25조2000억원으로 그해 연간 적자는 두 배가 조금 넘는 54조4000억원이었다. 2020년 역시 3월(-55조3000억원)의 약 두배인 112조원 적자로 집계됐다.

2021년과 2022년 3월엔 각각 48조6000억원, 45조5000억원의 재정적자를 기록했으며 연간 적자 규모는 90조6000억원, 117조원이었다.

과거의 사례를 적용하면 올해 또다시 100조원 안팎의 적자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올해 한국 경제가 석유파동·외환위기 등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출 대비 세금 수입이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정부의 운신의 폭은 좁아지고 있다. 추가경정예산(추경)은커녕 올해 확정된 예산을 지출하기에도 빠듯한 상황이다.

건전 재정 기조를 표방하며 추경을 편성하지 않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지만, 빚을 추가로 내지 않는 이상 추경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는 것이다. 이는 곧 재정당국의 대응 수단이 하나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