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쇼크] 사상 6번째 2% 미만…석유파동·외환위기급 '충격'

2023-05-11 12:00
수출, 반도체 중심 대외수요 위축…3.2→1.4%로 감소
내수, 민간소비 완만한 회복세…투자 부진 흐름 지속

[사진=연합뉴스]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건국 이래 6번째로 2%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대 이후 장기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더 고꾸라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발표한 '상반기 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8%에서 1.5%로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올해 2월까지 1.8%를 고수했지만 이후 2개월 만에 큰 폭으로 낮춘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2%를 하회한 건 △한국전쟁 직후 경제난에 시달리던 1956년(0.6%) △2차 석유 파동 직후인 1980년(-1.6%)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5.1%)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0.8%) △코로나19 확산 첫해인 2020년(-0.7%) 등 다섯 차례뿐이었다.

과거 석유 파동과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성장률 쇼크'가 올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진 셈이다. 

KDI는 성장률 하향 조정의 배경으로 반도체 경기 부진을 첫손에 꼽았다. 현재의 반도체 경기가 2001년 정보기술(IT) 산업 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정도의 심각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총 수출은 연간 1.4%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전년(3.2%) 대비 절반 이상 쪼그라든 수준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1~2월 전망했을 당시보다 베이스 라인(기준선) 시나리오가 더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하반기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는 속도도 2월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딜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1분기 GDP 성장을 이끈 민간 소비 회복이 그나마 기댈 구석이다. 올 한 해 민간 소비는 고물가⋅고금리 기조가 회복세를 제약하고는 있으나 여행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3.0% 안팎 증가할 전망이다.

설비투자는 대외 여건 악화로 1.1% 증가에 그치고, 건설투자도 주택 경기 하락에 따라 건설 부진이 지속돼 0.4%의 낮은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올해 경기 흐름에 대한 전망은 '상저하고' 기조를 유지했다. 상반기에는 글로벌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업황 위축으로 0.9% 성장에 그치지만, 하반기 들어 중국 경제 회복에 따른 영항과 반도체 부진 완화로 성장률이 2.1%까지 오를 것으로 봤다.

정 실장은 "상저하고라고는 하지만 하반기 경기 역시 아주 천천히 회복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상반기보다는 하반기 경기가 나아지겠지만 경기 전반은 좋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KDI가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추며 총대를 멘 만큼 한국은행과 정부도 줄줄이 하향 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은행은 오는 25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획재정부는 다음 달 말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설명을 통해 각각 기존 전망치인 1.6%를 1%대 초중반으로 내려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