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쇼크] KDI 이어 한은·기재부 줄하향 불가피…"0%대도 가능"

2023-05-11 12:00
한은 25일, 기재부 6월말 수정 전망치 발표
"경기 부양보다 성장잠재력 확보에 집중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내려 잡은 데 이어 정부와 한국은행도 조만간 1% 초중반대의 성장률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등 수출 부진에 투자 감소까지 겹친 데 따른 결과다. 

일각에서는 우리 경제가 장기 저성장 구간에 갇힐 가능성까지 제기한다. 1%대 혹은 그보다 낮은 성장률이 지루하게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에 발목 잡혀…KDI "경기 부진 지속"

KDI는 11일 발표한 '상반기 경제 전망'을 통해 최근 우리 경제를 대외 여건 악화에 따른 수출 위축으로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내수는 민간 소비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인 반면, 투자는 제조업 경기와 주택 경기 둔화 등으로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7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마이너스 행진 중이다. 이달 1~10일에도 41억6900만 달러의 무역적자가 추가되며 연간 누적 적자가 294억1200만 달러로 불어났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교역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반도체 경기까지 얼어붙어 정보통신기술(ICT)을 중심으로 수출 부진이 이어질 전망이다.

KDI는 총 수출이 연간 1.4% 증가에 그치고, 경상수지도 수출 위축 여파로 지난해(298억 달러)보다 크게 축소된 164억 달러 흑자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내년에는 대외 수요 회복으로 수출도 늘어 성장률이 2.3%로 올라설 것으로 기대했다. 소비자물가는 상승세가 점차 둔화되면서 올해와 내년 각각 3.4%와 2.4%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반도체 수요 회복 시기와 중국 경제 회복의 파급 정도 등이 우리 경제의 성장세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로 곡물 및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거나 주요국의 고금리 지속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이 발생하면 성장세는 더욱 둔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외 기관 줄줄이 하향…한은·정부 선택 주목 

국내외 주요 기관은 우리 경제를 둘러싼 다양한 악재를 반영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최소 0.2%포인트 이상씩 낮추는 분위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6%)와 국제통화기금(IMF·1.5%)은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3월과 4월 각각 0.2%포인트씩 내려 잡았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지난 3일 우리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4%에서 1.1%로 낮췄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 9일 기존 1.7%에서 1.3%로 0.4%포인트나 하향 조정하며 국내 기관 중 가장 낮은 수치를 제시했다. 

상황이 이렇자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도 조만간 관련 수치를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 2월 1.7%에서 1.6%로 한 차례 낮췄는데, 오는 25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또 한 번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기재부는 6월 말 발표하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수정 전망치를 내놓을 계획인데, 역시 기존 1.6%를 하회할 공산이 크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경제 성장 전망을 하향 또는 상향할지에 대해 말하기는 이르다"면서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여러 경제 관련 데이터와 유수 기관들의 견해를 종합해 최종 판단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올해 0%대 전망도…"중장기적 성장동력 확보 절실"

일부 기관과 전문가들은 1% 초중반대의 성장도 힘들 수 있다는 비관적 시나리오까지 제기한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 8곳의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1.1%에 그쳤다. 씨티은행은 0.8%를 예상했고 노무라증권은 역성장(-0.1%) 전망을 내놨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내수 중심의 경제 회복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며 "대내외 수요 둔화 압력 우위 속에 한국 경제는 전기 대비 평균 0% 초반 성장세가 유지돼 연간 성장률이 1%에 못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기술적 침체에서는 벗어났지만 이마저도 일시적 반등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둔화세가 이어져 1%대 성장률이 고착화할 수 있다.

김 연구원은 "정부 주도의 일자리 정책은 고용 둔화를 늦추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며 "건설·설비 투자와 수출이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고금리 여파로 심리 개선 역시 지속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춘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기조적인 물가 하락세가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원자재 가격과 환율 움직임, 공공요금 인상 등 물가의 상방 위험이 높은 상황"이라며 "고금리로 인한 금융 스트레스 상황은 주택시장 부진과 맞물리며 건설 및 금융 부문의 건전성 위험을 확대하고 있다"고 짚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경기가 회복하지 못하고 성장이 가라앉고 있는 것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새로운 성장 동력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정 실장도 "당장의 경기 부양보다는 중장기적 성장 잠재력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며 "우리 경제의 역동성 강화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구조 개혁에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국정 어젠다이기도 한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과 관련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개혁 추진에 범정부적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