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원장 취임 1년] '외유내강' 리더십 각광…지나친 시장개입 논란도

2023-05-13 08:00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 [사진=아주경제DB]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내달 7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취임 당시 역대 최연소·검찰 출신 원장인 데다, 현 대통령의 최측근인 만큼 금융권 안팎에서의 주목도가 상당했다. 이후 1년간 금융권의 다양한 현안에 대해 거침없는 견해를 쏟아내며, 충분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역대 금감원장 중 가장 직설적인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복현 원장 ‘외유내강’ 리더십…불공정 행위 근절 집중
이복현 원장은 겉으로는 부드러우면서도 강단 있는 리더십을 가진 ‘외유내강형 인물’로 꼽힌다. 대외적인 자리에 나설 땐 항상 온화한 성품을 유지하고, 낮은 자세를 취한다. 취임 직후에는 각 업권별로 릴레이 간담회를 실시하며 시장 상황을 먼저 학습하는 꼼꼼함도 보였다. 옷차림새는 해당 업권의 특색을 반영해 맞춰 입는다. 작년 여름에 열렸던 ‘빅테크·핀테크 업계’ 간담회에는 편안한 PK셔츠 차림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혁신금융’이 강조되는 업권 분위기를 고려해 선택했던 복장”이라고 설명했다.
 
서민금융 관련 행사에도 앞장서고 있다. 작년 9월에는 저축은행 업계와 서민금융진흥원이 시행 중인 ‘자영업 컨설팅 프로그램’에 참석해 관련 내용을 청취하는 적극성을 보였다. 예전 금감원장들의 경우, 참여하지 않았던 행사다. 명절 등 특별한 계기 없이 전통시장을 찾는 경우도 잦았다. 젊은 원장답게 직원들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업무와 관련해서는 전혀 다른 성향을 보인다. 필요 시 날카로운 의사를 거침없이 쏟아내며 검사 특유의 기질을 발휘하고 있다. 금감원의 검사 기간도 대폭 줄였다. 과거 조사 결정부터 착수까지 최소 한 달 이상 소요됐던 시간을 일주일 이내로 단축했다. 내부 회의에서는 비판적 견해도 서슴없이 드러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 형태에도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금감원 내에 검사 출신 인력들을 속속 투입하는 것은 물론, 연차와 관계없이 객관적 성과를 기반으로 한 인사평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 40대 부서장을 발탁했던 게 대표적인 사례다.
 
불공정 행위 근절도 핵심 과제로 집중하고 있다. 앞서 자산운용사 경영진의 차명 투자 의혹이 일자, 강방천 전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과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를 경영 일선에서 끌어내렸다. 저축은행 업권에선 그간 암묵적으로 이뤄졌던 ‘작업성 사업자 주택담보대출’ 문제를 수면 위로 올려, 고강도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SBI·OK·페퍼·애큐온·OSB 등 5개 저축은행에서 1조2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작업대출을 취급한 사실을 적발했고, 곧 중징계를 앞두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잘못된 부분에 대해선) 엄중한 책임을 물어 재발을 방지토록 할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자금경색 현상, ‘소방수’ 역할 적절…과도한 ‘시장개입’ 우려도
금리 상승기를 맞아 커진 금융 불확실성에 대해선 적절한 소방수 역할을 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년 하반기 강원도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 등으로 촉발된 자금경색 현상을 원활히 풀어낸 게 대표적이다.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정부는 50조원 이상 규모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했고, 결국 단기금융시장 안정 효과를 이끌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신속하고 충분한 대응을 통해 자칫 금융위기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을 잘 관리했다”라는 평가를 내놨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이 원장은 또 한 번 ‘권한에 비례하는 책임’이라는 원칙을 상기시켰다. 이후 증권사 등은 유동성 위기를 넘길 수 있게 됐지만, 추후 책임을 묻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했다. 그는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 대규모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했지만, 일부 금융사들이 눈앞의 이익만 바라보고 무리한 영업을 펼쳤단 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라며 “이에 대해 언젠간 반드시 적절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원장의 ‘시장개입’ 수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금융지주 등의 후임 회장 인선에 영향을 미칠 발언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화두로 올렸기 때문이다. 금융권이 과도한 배당과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것에 대해선 “수십조원 이상의 이자 이익을 오롯이 주주와 임원 성과급으로 배분하는 게 적절한지 진지한 고찰이 필요하다”며 제동을 걸기도 했다. 은행권에는 "수익 대비 상생 노력이 부족하다“고 질타하며 대출금리 인하를 종용하기도 했다.
 
지난 2월에는 은행의 영업방식에 대해 "약탈적"이라는 원색적 단어까지 쓰며 압박했다. 시장에선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내놨던 "은행은 공공재 측면이 있다"라는 발언을 옹호하기 위한 취지로 해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