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이삼걸 강원랜드 사장 "카지노는 여가의 일부…가족형 힐링리조트로 도약할 것"

2023-05-11 05:00
코로나 위기 딛고 지난해 흑자 전환…도박중독 문제 해결 앞장
'슬롯머신 첫 수출' 해외시장 개척…신성장 동력 확보 위한 혁신 추진

이삼걸 강원랜드 사장 [사진=강원랜드]

"강원랜드를 연상할 때 카지노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카지노가 주 목적이 아니라 휴양시설인 하이원리조트에 왔다가 여가의 일부로 카지로를 즐기는 분들이 더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삼걸 강원랜드 사장은 10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카지노 사업으로 대표되는 강원랜드가 세계 유수의 복합 리조트 기업과 경쟁하는 가족형 힐링리조트로 도약할 수 있도록 초석을 다지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원랜드는 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를 보유한 복합  리조트로, '폐광지역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폐특법)'에 근거해 지역의 경제 회생을 도모하고자 설립된 공기업이다. 주력인 카지노 사업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코로나 거리두기 해제 이후 레저 수요가 늘면서 스키장·골프장·워터파크·호텔·콘도·트레킹 기능을 갖춘 하이원리조트의 매력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하이원리조트는 해발 800~1300m 백두대간 자락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여름에는 해충과 열대야 걱정 없이 '숲캉스'를, 겨울에는 사방이 설산으로 둘러싸인 고요한 풍경을 즐길 수 있어 일과 휴가를 함께 즐기는 '워케이션' 명소로 인기다. 

실제로 하이원리조트에 대한 고객만족도가 강원랜드보다 10%가량 높게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강원랜드와 하이원리조트가 같은 기업인지 모르는 고객이 많다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다. 

2021년 4월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취임한 이 사장은 그 여파로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할 만큼 위기를 겪었지만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 사장은 강원랜드가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는 점을 정부 측에 적극 알리는 한편 일정 수준의 수익 유지를 위해 카지노 사업장을 고위험 시설군에서 제외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 또 멸균 살균기, 칩스 소독기를 도입하는 등 영업장 방역과 안전수칙을 정부 기준보다 더 높여 제한 영업을 실시한 결과 강원랜드 내 감염 고객 제로화에 성공했다.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조직 정비도 실시했다. 휴일과 평일, 성수기와 비수기가 뚜렷하게 구분되는 리조트 산업의 영업 환경에 맞춰 인력 재배치를 위한 다직무제를 도입하고 전문성 강화 교육을 실시해 조직 경쟁력 제고에 힘썼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는 지난해 코로나 방역이 완화되면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강원랜드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1156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올해 1분기 리조트 매출도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대비 10% 상승하면서 호조를 보이고 있다. 
 
비카지노 부문 매출 확대 주력
다만 카지노 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데 반해 비카지노 부문의 성장세는 답보 상태라는 게 고민거리다. 

이 사장은 "매출로 따지면 아직 90%를 카지노 사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복합 리조트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 무엇보다 비카지노 부문에서 사계절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가 풍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카지노 부문 매출 확대를 위해 강원랜드는 리조트 활성화에 집중하고 있다. 힐링·웰니스 콘셉트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콘텐츠 개발을 통해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최근 반려동물 가구가 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하이원리조트는 펫레스토랑, 보딩룸, 펫편의점 등을 갖춘 '펫클럽'을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또 반려동물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중장기 계획 수립 용역을 진행 중이다. 

문화 사업과 관광상품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강원랜드가 위치한 폐광 지역의 정체성을 살려 강원 남부의 역사를 담은 탄광문화공원을 조성하고 정선 5일장 나들이 버스 운영 등 지역 연계 관광상품을 선보이며 차별화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올해부터는 동남아 관광객을 겨냥, 지난 3월 설치한 필리핀 해외사무소를 시작으로 해외 거점을 넓혀 인바운드 세일즈를 강화할 계획이다. 

코로나 회복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이 빠르게 늘고 있는 강원랜드지만 최근 증시에서 주가가 하향세를 보이며 향후 성장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주력인 카지노 사업의 경쟁력이 점차 약화하고 있다는 전망이 반영된 결과다. 

이 사장은 "올해 1분기 카지노 매출은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 매출을 상회하며 온전한 정상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최근 주가 하락은 외국인 매도세 증가 영향으로 과도하게 저평가됐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카지노 사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강원랜드는 올해 고객 편의와 서비스 향상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현재 카지노 영업장 확장과 리모델링 공사 실시 설계를 진행 중이며 연말 착공해 내년 중 공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확장 공사가 완료되면 레스토랑으로 사용했던 공간이 카지노 영업장으로 바뀌면서 전체 카지노 영업장 면적이 현재 1만4053㎡에서 1만5486㎡로 약 10% 늘게 된다. 

이 사장은 "그간 강원랜드의 게임기기 1대당 평균 면적은 국내 타 카지노의 60% 수준에 불과해 고객 불편을 초래하고 게임에 과몰입하게 만든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었다"며 "과몰입을 방지할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을 확보하면서 향후 라스베이거스처럼 건전한 레저·오락으로 즐길 수 있는 카지노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해법을 고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삼걸 강원랜드 사장 [사진=강원랜드]

도박중독 예방·치유 전문기구 자체 운영
강원랜드는 주력 사업이 카지노라 도박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다. 자체적으로 도박 중독을 예방·치유하는 전문 기구 강원랜드중독관리센터(KLACC)를 운영하는 이유다.

KLACC는 세계 최초이자 유일하게 카지노 사업자가 직접 운영하는 전문 기구다. 지난해 2월 개발한 '저위험 카지노게임 가이드라인'을 통해 '1년에 10일, 하루 4시간, 월 가구소득의 10%(20·30대는 1%) 이내 지출'을 권고하고 있다. 

이 밖에 고객 스스로 출입 일수를 조정해 도박 중독을 사전에 예방하는 '자기통제제도'도 시행 중이다. 출입 일수 선택 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자발적 선택을 유도해 도박 중독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 사장은 "지난해 KLACC의 조사에서 저위험 가이드라인 기반의 예방 홍보와 조기 개입 상담으로 중독 문제를 경험하고 있는 이용객의 폐해(지나친 출입 일수, 게임시간, 지출액)를 34.7%까지 감소시키는 효과가 확인됐다"고 전했다. 

강원랜드는 카지노 사업의 역량을 바탕으로 해외 수출을 추진 중이다. 2017년 슬롯머신 제조사업을 시작한 강원랜드는 올 1월 동남아시아 최대 슬롯머신 유통사인 RGB를 통해 필리핀 카지노에 슬롯머신 총 30대를 첫 수출했다. 이어 지난 3월 추가로 35대를 판매해 총 65대의 슬롯머신 수출 성과를 올렸다. 

동남아 관광객을 겨냥한 세일즈 강화 차원에서 3월 필리핀 마닐라에 해외 사무소를 설치했고, 4월부터는 캄보디아·라오스 등 동남아 현지 세일즈 활동을 이어가며 글로벌 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다. 

이 사장은 "단기적으로는 2027년까지 510대 수출, 장기적으로 미국·유럽 시장 진출이 목표"라며 "슬롯머신 제조사업은 중소기업 육성과 지역 고용 창출 등 상생 측면에서 파생되는 경제적 효과가 크기 때문에 미래 먹거리로 집중 육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강원랜드는 폐광 지역의 경제 활성화라는 설립 목적에 맞게 지역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 

현재 강원랜드 직원 중 63%가 강원도 태생이며 그중 50%는 폐광 지역 4개 시·군 출신이다. 협력사 역시 강원도 출신이 91.5%를 차지하고 있으며 폐광 지역  4개 시·군 출신도 88.9%에 달한다. 

이 사장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속적인 채용 규모 확대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보상휴가제·시간선택제 등 다양한 근로방식 도입과 효율적 인력 관리를 통해 총 인건비를 줄이고, 명예퇴직을 실시해 신규 일자리를 추가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정부의 청년의무고용 목표치보다 47명 많은 160명의 청년을 신규 채용하는 성과를 거뒀다. 
 
디지털 전환 등 운영 혁신으로 신성장 동력 마련
강원랜드는 최근 경영 전반에 걸쳐 ERP(전사적자원관리) 재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다차원 손익분석시스템을 도입해 원가통제를 강화하고, 효율적 인력 재배치를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통해 중장기 사업과 비카지노 부문 신사업을 추가 발굴하고, 모니터링 기능을 강화해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충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 사장은 "전사적으로 자동화·무인화·데이터화를 통한 디지털 전환으로 스마트 리조트 기능을 강화하면서 고객 대면 서비스가 필요한 부분에 인력을 재배치해 서비스 수준을 향상시켜 나갈 것"이라며 "강원랜드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회사 경영과 리조트 운영 방식 전반에 걸쳐 '개선'을 넘어 강력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로 1년이 채 남지 않았다. 그는 남은 임기 동안 강원랜드가 글로벌 복합 리조트로서 경쟁력을 확보해 '백년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사장은 "어떤 분야에서는 임기 동안 가시적 성과를 이뤘다"며 "긴 호흡을 갖고 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는 강원랜드 직원들이 잘 이어받아 회사와 폐광 지역의 지속 발전 가능성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삼걸 강원랜드 사장은

​이삼걸 사장은 1955년 경북 안동에서 출생했다. 덕수상고와 건국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행정자치부 시절 3대 요직인 행정과장과 재정경제과장, 감사과장을 거쳤으며 경상북도 행정부지사와 행정안전부 제2차관을 역임했다.

1990년대 말 정부의 복지개혁 정책수립에 일조한 그는 공무원 연금 개혁에 주도적으로 참여, 안정적인 제도의 틀을 만들었다. 지방 소비세 제도 등을 도입해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 건전성과 자치 제도 발전에도 기여했다. 

2021년 3월 제10대 강원랜드 대표이사 사장으로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