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5월] "안 쓸 수도 없고"…주머니 여는 가계, 물가금리 부담은 여전
가계 소비자들이 세계 경제를 뒤흔든 코로나발 거리두기 그늘에서 벗어나 다시 지갑을 열고 있다. 대면소비 중심의 회복세에 더해 소비자심리지표 역시 수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물가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과 고공행진 중인 금리 등은 가계 소비에 여전히 만만치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발표된 4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5.1로 직전월(92) 대비 3.1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11일부터 18일까지 국내 2500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해당 소비자심리지표는 작년 6월 96.7로 100 이하로 내려선 후 11개월 연속 100을 밑돌다 최근 석 달 연달아 상승세를 나타냈다.
소비개선심리는 민간소비 회복과 국내 경제성장률에 반영됐다. 실제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0.3% 개선된 것으로 집계됐다. 설비투자가 4% 이상 급감했음에도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내수가 개선되면서 성장률도 증가 전환한 것이다. 한은은 "1분기 민간소비 부문의 경우 오락문화와 음식숙박 등 서비스 관련 지출이 늘면서 전기 대비 0.5%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민간소비가 확대된 배경에는 코로나19 방역 완화로 3년 만에 마스크 실내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대면활동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요인이 높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5월 경제동향'을 보더라도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한 개선세는 뚜렷한 모습이다. 서비스업 생산은 여행 수요 확대로 전월보다 0.2% 증가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도 가전제품 등 내구재(+0.4%)와 차량연료·화장품·음식료품 등 비내구재(0.7%)를 중심으로 전월보다 0.4% 늘며 두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제 5월에 접어들어서 구체적인 수치는 확인되지 않으나 마스크를 벗고 3년 만에 제대로 맞게 된 '가정의 달'인 만큼 민간소비 개선은 일단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그러나 각종 이벤트로 주머니를 열어야 하는 가계의 걱정은 높다. 물가와 금리 부담이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 대비 3.7% 오른 110.80으로 집계됐다. 14개월 만에 3%대 진입으로 둔화된 모습이긴 하나 단순 수치로만 보면 1년 전보다 물가가 3% 이상 올랐다는 의미다.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치는 2%라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만만치 않다. 여기에 3.5% 수준인 기준금리가 아직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대출이자 비용 확대 등으로 가계 부담을 높이고 있다.
아슬아슬한 상황 속 민간소비 회복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여부도 미지수다. 한은은 지난 2월 발표한 경제전망 당시 국내 민간소비가 실질구매력 둔화와 원리금 상환부담 증대 등으로 올 하반기 들어 주춤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 관계자는 "국외소비의 경우 해외여행 본격화로 확대되겠으나 국내소비는 대면서비스 소비의 펜트업(보복) 모멘텀 약화로 완만한 증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