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드림' 박서준 "'홍대'의 열등감 이해…성장의 근원"

2023-05-01 00:00

영화 '드림'의 배우 박서준 [사진=어썸이엔티]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마블 스튜디오 영화 '더 마블스'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배우 박서준이 영화 '사자' 이후 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극한직업'으로 1600만 관객을 동원했던 이병헌 감독의 신작 '드림'을 통해서다.

"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게 되었는데요. 오랜만에 관객들을 만난다고 생각하니 참 떨리더라고요. '관객을 만난다는 느낌이 뭐였지' 낯설기도 하고요. '드림'뿐만 아니라 묵혀진 영화가 많은데 관객들과 만나면 좋겠어요."

영화 '드림'은 개념 없는 전직 축구선수 '홍대'(박서준 분)와 열정 없는 PD '소민'(아이유 분)이 집 없는 오합지졸 국대 선수들과 함께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박서준은 극 중 의욕 없는 축구 감독 '홍대' 역을 맡아 이 감독 특유의 리듬감을 소화해 냈다.

"이병헌 감독님은 영화 '스물'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당시 제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정도 되었을 때인데 또래 배우들로 구성된 작품이 있다는 것에 놀랐었죠. 혜성처럼 등장한 느낌이었어요. '이런 작품이 많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이후 '멜로가 체질' '극한직업'까지 보았는데 감독님의 스타일이 궁금해지더라고요. 현장에서는 어떨까 궁금하고요. '드림' 제안을 주셨을 때도 오래 고민하지 않았어요."

이병헌 감독은 독특한 대사 톤과 코미디 호흡을 가졌다. 전작의 배우들도 이 감독 특유의 대사 톤과 호흡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고 고백한바 있다. '드림'의 출연진들도 마찬가지였다고 털어놓았다.

"감독님 특유의 대사 톤과 대화들이 쌓여서 장르가 된 거 같아요. 감독님이 추구하는 '말맛'이 장르적 특성 아닐까 생각했죠. 그래서 감독님의 요구대로 연기하려고 했어요. 처음에는 쉽지 않았죠. 하지만 마음으로 받아들이려고 했고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죠. 그 호흡을 가질 수 있다면 자신도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자연스레 받아들이려고 했어요."

영화 '드림'의 배우 박서준 [사진=어썸이엔티]

박서준은 시나리오에 표현된 '홍대' 캐릭터를 표현하려고 했다. 그는 시나리오에 캐릭터가 잘 표현되어 있었다며 "저와도 닮아있다"고 거들었다.

"'홍대'가 기자의 눈을 찌르고 하는 것도 감정에 솔직해서 그런 거 같아요. 순수한 거 같기도 하고요. 그런 지점을 내가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그의 감정을 이해해 보려고 하면서 열등감을 찾아냈죠."

'홍대'가 열등감을 가지는 상대는 팀 내 에이스(강하늘)다. 박서준은 '홍대'가 느끼는 열등감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자신 역시 열등감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저는 콤플렉스나 열등감이 성장의 근원이라고 봐요. 그게 있어야 발전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1년 가까이 오디션에서 떨어지고 일이 잘 안 풀리니 '그만해야 하나?' 싶었거든요. 또래 배우들이 활동하는 걸 보면 열등감을 느끼기도 했고요. '내게 무슨 문제가 있나?' 고민도 했죠. 이제 다름을 인정하고 배우려고 해요. '저 사람에게는 어떤 시간이 있었을까?' 생각도 하고요."

박서준은 어떻게 열등감으로부터 해방되었을까?

"완전한 해방은 없다고 봐요. 순간순간 당연히 그런 게 오죠. 다만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은 나를 인정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생각보다 잘했을 때 칭찬해 주는 거예요. 도전하려는 마인드를 가지고요. 그게 중요한 거 같더라고요."

한때 불같은 성격으로 손해를 봤던 일들도 털어놓았다. 열등감으로부터 해방되고 나니 성격도 많이 차분해졌다고.

"'성장이란 뭘까?' 생각해 보는데요. 예전에는 비판이나 비난받으면 가슴이 마구 끓어올랐어요. 그런데 그걸 다른 시각으로 보려고 하니까 '그럴 수도 있지' 싶더라고요. 자아 성찰이라고 할까요? 그런 게 돼요. 공격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보기보다는 '그럴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넘기려고 해요. 그렇게 하니까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이게 인간으로서 성장인가?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영화 '드림'의 배우 박서준 [사진=어썸이엔티]

상대 배우인 아이유와 호흡을 맞춘 소감도 전해주었다. 평소 아이유의 연기를 좋아하고 기대해 왔다는 그는 "깊고 진중한 이미지가 있었는데 '소민'은 반대다 보니 더욱 궁금했다"고 전했다.

"'홍대'와 '소민'은 티키타카가 중요한 아이들이니까요. (호흡을) 잘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죠. 아이유씨와 연기하며 '아, 이런 것도 잘하는 배우구나' 생각했고요."

박서준은 영화 '더 마블스'로 할리우드에 진출하게 됐다. 마동석에 이어 두 번째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입성하게 됐다.

"아직 ('더 마블스'에 관해) 말하기는 어려워요. 때가 되면 다 말씀드릴 수 있을 거예요. 사실 할리우드 촬영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를 게 없었어요. 우리나라 현장이 정말 발전했구나 싶더라고요. 우리나라 작품들이 해외에서 왜 사랑받는지 이유가 있구나. 안에만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수준이 (할리우드만큼) 올라와 있다고 느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