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허성태는 다른 이들보다 데뷔가 늦은 편이었지만 진지한 태도와 남다른 열정으로 안방극장부터 스크린까지 차근차근 장악해 나갔다. 60여편의 영화에서 단역을 맡았던 그는 영화 '밀정'(2015)과 '범죄도시'(2017)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2021)으로 글로벌 스타에 등극했다. 벼락 같은 인기에도 허성태는 성실하게 작품에 임했고 지난해 디즈니+ 오리지널 '카지노'와 쿠팡플레이 시리즈 '미끼'로 인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3사를 모두 출연하는 기록을 썼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을 '도장 깨기' 같은 느낌이네요. '억세게 운 좋은 놈'이라는 생각뿐이에요. '오징어 게임' '카지노' 같은 작품에도 출연하고 '미끼' 같은 큰 작품에서 주연까지 맡게 돼 행복해요."

수많은 작품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허성태였지만 큰 규모의 작품에서 '주연'을 맡은 건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미끼'가 처음이었다. '미끼'(극본 김진욱·연출 김홍선)는 사상 최악의 사기 범죄를 저지르고 죽음 뒤로 숨어버린 '그놈'을 추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드라마 '보이스' '손 더 게스트'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등을 통해 장르물의 대가라는 수식어를 얻은 김홍선 감독과 탄탄한 얼개로 호평을 이끈 드라마 '미스트리스'를 집필한 김진욱 작가가 의기투합해 인간의 어두운 본성과 악랄한 악행들을 사기라는 소재로 날카롭게 파헤치며 먹먹한 여운과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었다.

"처음 대본을 읽고 작가님의 글솜씨에 감탄했어요. 한 인물을 오랜 기간에 걸쳐 묘사하는 능력과 시대에 따라 변화시키는 모습이 매력적이더라고요.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설렘이 있었어요."
 

극 중 허성태는 유사 이래 최대 사기 범죄자이자 역대급 빌런 '노상천' 역을 연기했다.

"'노상천' 캐릭터를 보며 가장 중요하다고 여긴 건 긴 시간에 걸쳐 변화하는 인물의 변화였어요.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오래 고민했죠. 배우가 연기를 통해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잘 보여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다행히 작가님께서 인물의 심리와 변화를 섬세하게 써주셔서 쉽게 이해할 수 있었어요.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함께 고민하고 따라가는 작업을 했죠."

허성태가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시대상과 그에 따른 인물의 변화였다. 그는 이 '흐름'을 외적인 변화로 드라마틱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고 의상팀과 분장팀의 도움을 받아 '노상천'을 꾸며나갔다.

"의상과 분장이 많이 바뀌고 분위기에도 변화가 생겨요. 의상팀과 분장팀의 도움을 많이 받은 거죠. 희한하게도 의상과 분장을 받으면 자연스럽게 연기에도 반영이 돼요. 그 변화가요. 그 모습을 보고 '아, 이래서 의상과 분장이 중요하구나' 깨달았죠. 피부로 많이 느꼈어요."

그는 '미끼' 시즌2를 공개하며 부담이 컸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촬영할 때와는 다른 느낌"이라는 설명이다.

"이렇게 큰 작품에서 주연을 맡다 보니 부담이 안 생길 수는 없죠. 하지만 촬영할 때는 부담감보다는 신나는 기분이었어요. 감독님께서도 다 열어주셔서 마음껏 애드리브도 하고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었거든요. 오히려 지금이 제일 부담 돼요. '시청자분들은 시즌2를 어떻게 봐주실까?' 떨리더라고요."
 

극 중 '노상천'은 '의료기 역렌털 계약 사기 사건'의 범인이자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모티브가 되는 인물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았어요. '미끼' 때문이 아니라 과거 영화 '꾼' 때문이었죠. 그 당시에 해당 인물에 관해 오래 찾아보고 고민했기 때문에 (이번 작품도) 반영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어요. 자료는 찾아보았지만 그를 완벽히 따라 한다기보다는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반영하는 정도였죠."

지난해 허성태는 디즈니+ '카지노'와 '미끼' 시리즈에서 활약했다. 농담처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 '도장 깨기'라고 말해왔으나 심적으로 부담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촬영 시기가 달랐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었거든요. 오픈 시기가 겹칠 줄은 몰랐어요. 퐁당퐁당 공개될 거라고 보았는데 비슷한 시기에 오픈이 돼 혼자 속으로 고민했었죠. 하지만 양쪽 관계자분들께 여쭤보니 개의치 않아 하시더라고요. 악역이어도 색깔이 달라서 시청자분들도 잘 받아들여 주신 것 같아요."

꼭 악역만 맡아온 건 아니었는데도 그에게 유명세를 안겨준 작품은 대부분 그가 악역인 작품이었다. 악역 이미지가 굳어지는 데에 대한 고민이나 우려는 없느냐고 물었더니 "굳어진다면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

"결론적으로만 따져서 '굳어진다'고 했을 때는 어쩔 수 없죠. 저는 악역이든 선역이든 모두 열심히 하고 거리낌 없이 맡아왔지만요. 성공 여부에 따르지 않고 다양하게 맡아오고 있으나 꼭 '악역 이미지'를 벗기 위해 노력하는 편은 아니에요. 그저 열심히 하는 거죠."

허성태는 함께 호흡을 맞추었던 '카지노' 최민식과 '미끼' 장근석에 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좋은 배우와 호흡을 맞추는 일"에 행복을 느끼는 듯 보였다.

"'카지노' 최민식 선배님은 운명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데뷔할 수 있었던 것도 최민식 선배님(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최민식의 영화와 연기를 선보인 바 있다) 덕분이었고요. 작은 역할이라도 최민식 선배님과 만날 수 있다면 무조건 하겠다고 했어요. 영광이잖아요. 이번 기회가 아니면 만나기 힘들 거 같고요. 장근석씨는 구조적으로 자주 만나기 힘들었지만 (모니터링하면서) '어떻게 이렇게 변화했을까?' 놀랐어요. 어린 시절부터 봐왔던 배우였는데 멋진 남자가 되어있더라고요. 에너지도 강하고 신선했어요. 두 분 다 공통으로 느꼈던 감정은 '내가 이 분들이랑 연기를 한다고?' 놀라움이었죠."
 

쿠팡플레이 '미끼'는 지난 21일 12회를 마지막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사상 최악의 다단계 사기에 휘말린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미끼를 던져 물고 물리는 치명적인 먹이사슬에 얽히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신뢰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시청자들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안겨주었다.

"시즌1이 이야기를 풀어놓았다면 시즌2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며 이야기를 종합해 나가요. 정말 정신없이 재밌게 보셨으리라 생각해요. 시청자들의 궁금증이 매화 동안 해결되었으리라고 봐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도장 깨기를 마무리한 소감을 물었다. 배우로서 경험한 차이가 궁금했다.

"솔직히 차이점은 잘 모르겠어요. 하하하. 그냥 운이 좋았다고밖에는 할 말이 없어요. 그분들이 저를 잘 활용하시는 거 같아요. '덕수'(오징어 게임) '태석'(카지노) '상천'(미끼) 모두 다른 매력을 가졌고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하고 싶어요.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자에서 주연배우까지 성장했는데. 책임감을 느끼며 작품에 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