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에 서울 아파트 청약 커트라인 '20점대→50점대' 급상승...'청포족' 늘어날까

2023-04-22 06:00

청약 가점제 물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서울 아파트 당첨 커트라인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일대. [사진=연합뉴스]

올해 초 1·3 규제 완화로 청약 가점제 물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서울 아파트 당첨 커트라인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작년 말 20점대까지 떨어졌으나 최근 청약 활황기 수준인 50점대 후반까지 뛰었다. 50점대 통장으로는 안정권을 확신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21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1순위 청약 329가구 모집에 1만7013명이 몰렸던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휘경자이디센시아’의 당첨 최고 가점은 77점(84㎡A 타입)으로 올해 들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 외 주택형도 최고 당첨 가점이 64~77점, 최저 당첨 가점이 57~69점을 기록했다.

청약 가점은 84점 만점이다. 무주택기간(32점), 부양가족(35점), 청약통장 가입기간(17점) 등으로 구성된다. 휘경자이디센시아의 최고 가점인 77점은 부양가족이 5명인 6인 가구 무주택자의 만점(79점)에서 단 2점 모자란 점수다. 
 
정부의 1·3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첫 입주자 모집공고를 냈던 영등포구 ‘영등포자이 디그니티( 역시 최고 당첨 가점이 75점(84㎡B 타입), 최저 당첨 가점은 모든 주택형이 63점 이상이었다.

지난달 분양을 마친 은평구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시그니처’도 일반공급 214가구 모집에 2430명이 신청해 평균 11.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1순위에서 접수가 마감됐다. 1순위 청약 가점 최고점은 70점으로 역시 높게 나타났다.

이달부터 규제지역인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에서도 청약 추첨제가 도입된 만큼 가점제 기준 청약 당첨 커트라인은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당첨 커트라인이 급격하게 높아진 것은 올해부터다. 부동산 하락세가 계속되던 지난해 분양한 '장위자이 레디언트(장위4구역 재개발)'와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은 20점대 당첨자가 다수 나왔다. 각각 49㎡B, 49㎡A가 최저점인 20점을 기록했고, 선호 면적인 59㎡와 84㎡도 커트라인이 30~40점대까지 떨어져 50점대 통장이면 당첨권으로 봤다.
 
올해 들어 커트라인이 급상승한 가장 큰 이유는 가점제로 공급되는 물량 자체가 줄어서다. 현재 비규제지역의 경우 가점제 물량보다 추첨제 물량이 훨씬 많다. 전용 85㎡ 이하는 60%, 85㎡ 초과는 100%가 추첨제로 공급된다.
 
강남3구, 용산 등 규제지역도 추첨제 물량이 늘었다.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기존에는 전용 85㎡ 이하는 가점제 방식으로 100% 공급됐다. 그 이상은 가점 50%, 추첨 50%로 배분됐다. 하지만 지난 1일부터 추첨제 물량이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전용 60㎡ 이하 60%, 60㎡~85㎡ 이하 30%, 85㎡ 초과 20% 등으로 바뀌었다. 조정대상지역에서도 규제지역과 마찬가지로 추첨제 물량이 늘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1·3 대책을 통해 전매제한 기간이 단축되고 청약 당첨 1주택자의 기존 주택 처분 의무가 폐지되는 등 청약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수요가 쏠리고 있는 모습”이라며 “실수요뿐 아니라 다주택자와 같은 투자 수요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입지 등 메리트가 있는 서울에 수요가 몰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청약제도 개편으로 가점제 물량이 줄고 커트라인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50~60점대 통장을 가진 고가점자들도 청약을 포기하는 상황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점제 확대 혜택을 받는 지역이 실수요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서울 강남 3구와 용산만 남게 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청약제도를 개편하면서 가점이 높은 4050세대를 위해 규제지역 내 전용 85㎡ 초과에 대해 가점 비중을 높였다.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전용 85㎡ 초과 가점제 비율은 80%다. 이전에는 50%였다. 조정대상지역도 가점제 비율이 50%(이전 30%)로 상향됐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소장은 “당첨권이었던 60점대 가점자들도 최근 아파트 분양가가 오르고 청약 당첨 또한 어려워지면서 청약을 포기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당장 제도개선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 만큼 결국 정비사업 등 공급대책을 통해 실수요자들의 내집마련을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