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명운 걸린 訪美] 에이스(반도체)·루키(전기차) 구출 작전 성공할까

2023-04-21 04:00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 경제사절단이 방미길에 오른다.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에 매몰된 상황에서 정부와 경제사절단이 어떤 성과를 일궈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최근 한국 경제는 수출과 소비, 투자 등 3대 성장동력 엔진이 모두 식으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중 교역 악화로 미국이 최대 수출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터라 이번 방미 결과에 대한 기대가 크다. 

다만 노골적으로 자국 기업 밀어주기에 나선 미국 정부를 설득하는 데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 내 경기 침체 경고음이 커지면서 우리에게 선물 보따리를 안길 여건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미 수출 증가에도 반도체는 부진···美칩스법 악재

2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 수출액은 1098억 달러로 전체 수출에서 16.1%를 차지했다. 2021년 14.9%(959억 달러)와 비교해 크게 확대됐다.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는 280억4000만 달러로 전년(226억9000만 달러)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최근에는 중국을 제치고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으로 등극할 기세다. 실제 이달 1~10일 기준 대미 수출액은 30억4500만 달러로 대중 수출액(26억6600만 달러)을 앞서고 있다. 

문제는 반도체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87억3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33.9% 줄었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정보통신기술(ICT) 기기 수요 감소로 단가가 급락한 탓이다. 특히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이 주력하는 메모리반도체 상황은 더 위태롭다. 지난달 메모리반도체 수출액은 45억7000만 달러로 44.3% 급감하면서 9개월 연속 감소세가 지속하고 있다. 

미국도 다르지 않다. 지난달 메모리반도체 대미 수출액은 무려 74.9% 급감했다. 글로벌 업황 부진에 미국 반도체지원법(칩스법)까지 더해지면서 우리나라로서는 겹악재를 만났다. 이번 방미에서 전향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한국 경제는 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대미 수출이 순항을 거듭하는 건 반도체 공백을 전기차를 포함한 자동차가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대미 승용차 수출은 62.8% 급증했다. 특히 친환경 바람에 부가가치가 높은 전기차 수출 증대가 전체 수출액을 끌어올리고 있다.

대미 교역에서 새 기대주가 된 전기차 분야 역시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대표적 사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우리 자동차 업체들이 모두 제외된 것이다. 이 역시 정상 외교를 통해 실마리를 찾아야 할 이슈다.
 
최대 규모 경제사절단···'빈수레' 우려 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인 경제사절단 어깨가 무겁다. 방미에 함께 참여하는 경제사절단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 국내 대기업 총수는 물론 에너지, 방산, IT, 바이오, 소비재 등 기업이 대거 포함됐다. 이에 따라 해당 분야 협력 강화와 국내 투자 유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경제사절단은 이번에 미국 정·재계와 만나 반도체지원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부 지침으로 인해 국내 기업에 피해가 없도록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 공장 증설 제한 등이 우리에게 독소조항으로 작용할 우려가 커지면서 해법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우리 기업이 중국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선 장비 수출 금지 유예 연장이 절실한 만큼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을 설득하는 게 관건이다.

미국 태도가 워낙 강경해 보조금 제외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하긴 현실적으로 어려운 가운데 경제사절단은 세부 규정 적용을 유연화하는 대안을 가져와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법과 IRA 모두 법안 통과에 이어 세부 지침까지 줄줄이 나오고 있어 추가 협상 여지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빈 수레가 요란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은 벌써 어느 정도 돌파구를 찾은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는 그동안 해온 게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 교수는 "윤석열 정부 외교팀 실력을 봤을 때 이번에 해결책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되레 미국에 투자하겠다는 것만 약속하고 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