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日만 남았다···대한항공, 아시아나 합병 승인 총력전

2023-04-11 05:40
필수 신고국가···한 곳만 불허해도 무산
1년여 기간 로펌·자문사 비용만 1000억
최고경영진 시장진입 설득·조건 조율 중

2020년 11월 16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한 이후 양사의 합병을 위한 해외 기업결합심사 승인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앞서 대한항공은 2021년 1월 14일 이후 우리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국내외 14개국 경쟁 당국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기업결합을 신고했으며 현재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3개 경쟁 당국의 승인만 남은 상태다. 이를 두고 올해 안으로 주요국 심사가 종료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지만, 한 곳이라도 승인하지 않으면 양사 합병이 무산되는 만큼 만전을 다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위해 해외 경쟁당국과 독과점을 완화할 시정조치를 협의 중이라고 10일 밝혔다.

이를 위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등 최고경영진이 심사 초기부터 경쟁 당국과 직접 협의에 나섰다. 또한 기업결합 전담반(TF)을 신설하고 최고경영진이 총괄을 맡았다. TF에는 5개 팀 100여 명의 국가별 전담 전문가 그룹을 만들었다. 기업결합 심사 시 국가별로도 규정과 절차가 다르기 때문에 국가별 맞춤형 전략을 펼치기 위해서라고 대한항공 측은 설명했다. 

특히 대한항공은 국내외 로펌, 경제분석 전문업체와 계약해 각국의 경쟁당국 요구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2020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국내외 로펌 및 자문사 비용으로만 1000억원 이상을 지불했다.

이 뿐만 아니라 경쟁당국에 요구하는 바에 따라 시정조치안을 준비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경쟁 제한성’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현지 로펌 및 자문사와 함께 △특정 신규 시장진입자 등을 포함한 시정조치 다각도 협의 △각국 경쟁당국에 대한 설득 등을 지속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대한항공과의 해외 기업결합 심사 승인을 위해 최근 원유석 대표이사가 팀장을 맡은 ‘전사 기업결합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기존 TF는 전략기획본부장이 팀장이었는데, 대표가 직접 팀장을 맡는 조직으로 확대 개편했다.

새 TF는 임원 7명을 포함해 모두 42명으로 구성됐다. 여객·화물·재무·대외협력부문이 속한 ‘지원그룹’이 경쟁당국이 요청하는 자료를 전담하고, 법무·전략기획부문을 주축으로 한 ‘총괄그룹’이 경쟁당국에 최종적으로 제출하는 문서의 취합·검토·자문사와의 의견조율 등을 맡는다.

대한항공은 지난 2021년 1월 14일 9개 필수 신고국가 경쟁 당국에 기업결합신고를 진행한 이후 지금까지 대한민국, 터키, 대만, 베트남, 중국 경쟁 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승인 또는 심사 종결 결정을 받았다. 또 태국의 경우 기업결합 사전심사 대상이 아님을 통보받은 바 있다. 임의 신고 국가의 경우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호주, 영국으로부터 승인 결정을 받았으며 필리핀은 신고 대상이 아니므로 절차를 종결한다는 의견을 접수했다. 

관건은 미국·EU·일본 등 남은 3개국이다. 이들 나라는 필수 신고국가로 이 중 한 경쟁 당국이라도 불허 결정을 내리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M&A)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EU는 8월 3일 승인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며, 미국은 타국 심사 추이를 보며 지속 조사한다는 입장이다. 일본은 올해 상반기 중 사전 협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들 경쟁 당국의 승인을 받아내기 쉽지 않은 만큼 대한항공 최고경영진은 경쟁 당국 승인을 위해 해외 경쟁사의 신규 시장 진입을 설득하고 지원조건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미국, EU, 일본 노선에 대한 신규 진입 항공사 확보 및 설득작업도 상당 수준 진척됐다"며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해 나갈 계획"이며 "국토부, 외교부, 산업은행 등 관련 정부기관이 함께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바 적극 협력해 조속히 각국의 승인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 보잉787-9 [사진=대한항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