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조' 사상 최대 규모 재고소진 나선 K반도체···2분기 반등하나

2023-04-10 07:20

그동안 감산은 없다는 전략을 고수해왔던 삼성전자마저 감산으로 선회하면서 올해 하반기 반도체 반등론이 힘을 얻고 있다. 사상 최고치인 45조원 수준으로 쌓인 반도체 재고 소진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공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하반기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본격화와 차세대 D램인 DDR5로 세대 교체 등에 따른 수요도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9일 반도체 업계는 삼성전자 감산 관련 후폭풍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면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밝히며 사실상 감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종전까지 SK하이닉스 등 경쟁사 감산 소식에도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태도를 유지한 것과 큰 차이다.

삼성전자의 결정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쌓인 재고를 줄일 수 있는지에 주목해 왔다.

실제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1~2위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전자(DS 부문)와 SK하이닉스 재고자산은 각각 29조576억원과 15조6647억원에 달한다. 합계 44조7223억원 규모다. 이는 2021년 말 양사 재고자산 합계가 25조4052억원이었던 것에서 76.04%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해 4분기 SK하이닉스 등이 감산을 단행했음에도 오히려 재고가 늘어나는 현상을 막지 못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양사 재고자산 합계는 41조302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 동안 오히려 9% 늘어난 수준이다.

이에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감산 동참이 환영받는 분위기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부터 감산을 단행했음을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메모리 반도체 3위 기업인 마이크론도 지난달 실적 발표를 하면서 기존보다 더욱 강도 높은 감산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과 함께 삼성전자도 감산에 나서면 재고 소진 시기가 상당히 앞당겨질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재고 소진 시기가 앞당겨지면 그동안 급격히 떨어진 가격도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D램 고정가는 지난해 초 3.41달러에서 올해 1분기 1.81달러까지 하락했고, 낸드 고정가도 지난해 1∼5월 4.81달러 수준에서 지난달 3.93달러까지 떨어졌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현금 원가 수준으로 가격이 떨어졌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아직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많아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2분기에도 10~15%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하반기에도 재고가 많으면 가격 상승 여부가 불확실하다고 내다봤다.

공급 측면에서 재고가 줄어드는 것도 호재지만 수요 측면에서도 하반기에 개선될 망이다. 실제 반도체 기업들은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메모리 시장 개선세가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중국 리오프닝 효과와 더불어 신규 CPU 출시로 DDR5 세대 교체가 본격화하면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산제이 메호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고객사 재고 상황이 점점 나아지고 있고 업계 수급 균형도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도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공급 측면에서는 작년부터 이어진 메모리 업체 투자 생산 축소에 따른 공급량 축소 효과가 올해 하반기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고객사 재고도 점차 소진되고 있어 점차 정상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시장조사기관인 옴디아도 하반기 반도체 시장 규모가 상반기보다 10% 늘어난 620억 달러를 나타낼 것으로 진단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당장 2분기에는 메모리 반도체 재고 감소 효과가 크지 않겠지만 3분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하반기부터 국내 반도체 기업 실적이 반등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내부에 조성된 연못. [사진=삼성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