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법] 잇단 소송에도 '중꺾마 황제' 타이거 우즈

2023-04-07 17:25
2023 마스터스 나선 타이거 우즈
여러 차례 소송에 이빨 빠진 호랑이, 1라운드에서 '중꺾마'

[사진=타이거 우즈 홈페이지]


[아주로앤피] 세상만사에 법이 걸리지 않는 분야는 없습니다. [골프&법]에 골프와 법이 얽히고설킨 희로애락을 담았습니다.<편집자 주>
 
골프 황제가 숱한 법적 분쟁을 뒤로하고 ‘중꺾마’를 품고 최고의 명품 대회에서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타이거 우즈와 소송, 한창 진행 중인 마스터스 토너먼트 2023 얘기다.

▶“제발 소송까지 가지 마라.” 
형사든 민사든 한 번이라도 재판을 체험해 본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말을 한다. “절대 법정까지 일을 끌고 가지 마세요”라고. 몸과 마음이 상하고 돈도 적잖게 깨진다. 
대법원까지 갈 경우에는 시간도 최소 2~3년 부지하세월(不知何歲月)임을 절감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본업, 생업에 악영향을 주는 경우가 매우 많다. 

▶심판이 없는 유일한 스포츠, 신사들의 정직한 경기인 골프. 그 골프계의 '영원한 황제' 타이거 우즈(48)는 유독 법적 분쟁을 많이 겪은 슈퍼스타다. 
세계 1위 총 683주, 통산 109승 등 전무후무 기록으로 세계 골프 천하를 호령하던 그가 전성기에서 내려온 결정적 계기는 이혼 소송이었다. 또 재기 과정에서도 이런저런 소송들이 발목을 잡았다.

▶우즈는 지난 2004년 스웨덴 출신 엘린 노르데그렌과 결혼해 1남 1녀를 뒀다. 그러나 2009년 성 추문이 불거진 이후 이혼했다. 
막대한 변호사 비용과 1억 달러(약 1300억여원)의 위자료, 몸도 마음도 제정신이 아니었을 게다. 공이 제대로 맞을 리가 만무했다. 추락 또 추락, 슬럼프, 어둠의 터널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사진=타이거 우즈 홈페이지]

▶그런 그가 다시 2019년 4월 마스터스에서 기적같이 우승하며 본격 부활을 예고하자 한 달 만에 엉뚱한 소송을 낸 이들이 있었다. 고소인들은 우즈가 지분을 갖고 있던 식당 '더우즈'의 바텐터(니컬러스 임스버거)의 부모. 

당시 외신에 따르면 임스버거는 2018년 12월 10일 근무를 마친 후 식당에서 술을 마셨고, 혈중알코올농도는 0.256% 만취 상태로 차를 몰고 집에 가다 교통사고를 내 숨졌다. 
임스버거의 부모는 "아들이 지나치게 많은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해야 할 관리 책임이 우즈에게 있다"며 장례비, 위자료 등 돈을 달라고 소송을 걸었다.

그러나 몇 달 뒤 법원은 식당 지분을 소유하고 있을 뿐 직접 운영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우즈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또 임스버거가 규정을 어기며 식당의 술을 닥치는 대로 마셨고, 마약 성분도 검출됐다고 밝히며 우즈에게 면죄부를 줬다. 
 
▶이 소송과 대형 교통사고를 겪으며 우즈는 또다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심지어 이번 마스터스를 앞두고 새로운 소송이 불거졌다. 

우즈는 5년 넘게 교제한 여자친구 에리카 허먼(40)과 최근 결별했는데, 허먼은 우즈를 상대로 2건의 소송을 냈다. '연애 계약서'와 부동산 관련 소송 2건 모두 우즈의 돈을 노린 거란 합리적 의심이 든다.

최근 미국 ESPN 보도에 따르면 허먼은 "우즈와 합의한 비밀 유지 협약이 무효"라며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우즈는 허먼과 사귀기 시작하며 “내 얘기를 외부에 말하지 말라”는 비밀 유지 협약을 맺었는데, 이게 무효라고 주장한 거다.

미국에는 ‘스피크 아웃 액트’(Speak Out Act)라는 법이 있다. 비밀 유지 협약이 성범죄와 관련됐을 때는 비밀 유지 의무가 사라져 ‘목청껏 외쳐’(speak out)도 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즉 허먼은 이를 통해 우즈에게 거액의 합의금을 받거나, 비밀 유지 의무가 풀리는 결과가 나오면 책 출간, 방송 출연 등으로 돈방석에 앉을 수 있다.

허먼은 앞서 우즈의 플로리다 자택에 거주할 권리와 관련한 소송을 제기하며 3000만 달러(약 390억여원)를 요구했다.

우즈의 잘잘못을 떠나 잇단 소송이 주는 스트레스와 고통은 아름다운 마무리(만 50세부터는 시니어 투어)를 간절히 바라던 골프 황제를 끝도 없이 괴롭혔을 터. 

어커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12번홀 [사진=마스터스 홈페이지]

▶그런 타이거 우즈가 6일(미국시간) 마스터스 2023 1라운드에서 투혼을 발휘했다.
우즈는 이날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제87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1라운드를 공동 54위로 마쳤다. 버디 3개와 보기 5개, 2오버파 74타를 쳤다.

교통사고로 인해 재기가 불투명했던 그는 근육이 많이 줄어든 오른쪽 다리 통증으로 오르막길을 힘겹게 올랐다. 자세가 불안정한 벙커샷을 친 뒤에는 껑충껑충 뛰며 아파했다. ‘하체 고정’이 중요한 골프에서 그는 샷 뒤 여러 차례 움찔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즈는 1라운드 후 기자들의 다리 컨디션에 대한 질문에 “아프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래도 왼쪽 다리는 괜찮다. 내일은 조금 더 나아지고, 날카로워지고, 조금 더 잘하길 바란다”고 힘줘 말했다.

▶옛 골프의 황제,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된 우즈가 이번 대회에서 보여주고 있는 이런 ‘중꺾마’는 많은 팬들에게 감동을 준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의 줄임말 중꺾마. 이 말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한 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이 문구가 새겨진 태극기를 관중들을 향해 펼쳐 큰 화제가 됐다.

어떠한 어려움에도 포기하지 않는 의지와 정신을 상징하는 ‘중꺾마’는 오랜 소모전을 치르고 있는 소송 당사자들에게도 해당되지 않을까 싶다. 단 골프에 진심인 타이거 우즈와 비슷한 마음을 가진 사람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