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형 "그린 재킷은 골프를 하는 이유"

2023-04-06 00:05
마스터스 토너먼트 첫 출전
"재킷 향해 앞으로 나아갈 것"

5일 마스터스 토너먼트 두 번째 연습 라운드가 열린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8번 홀 티잉 구역에서 티샷 중인 김주형. [사진=마스터스]

3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 연습 라운드 첫날, 패트론(갤러리)이 줄지어 한 조를 따랐다.

티잉 구역에는 어김없이 타이거 우즈가 있었다. 그 옆에는 로리 매킬로이와 프레드 커플스가 섰다. 그리고 뒤돌아 있던 또 한 사람. 바로 김주형이다.

하루 뒤인 4일 오전 9시경 프레스 빌딩 인터뷰 룸 옆 작은 공간에서 마스터스 토너먼트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요청으로 10분 동안 인터뷰를 진행했다.

마스터스에 처음 출전한 선수들은 도로에서 클럽하우스로 이어지는 매그놀리아 레인에 감탄한다. 초청을 받은 사람만 지나갈 수 있다는 상징성 때문에 더욱 그렇다. 김주형도 마찬가지다. 

"오기 전에는 실존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그놀리아 레인에) 진입했을 때는 느낌이 정말 달랐다. 이 길을 지나갈 때마다 역사를 느낀다. 길이 너무 아름답다."

김주형은 도착해서 한 번 더 감탄했다. 자신의 아이돌인 우즈와 연습 라운드를 했기 때문이다. 우즈와 하는 첫 라운드다.

"태어나서 처음 골프 중계를 본 것이 우즈의 마스터스 우승 장면이다. 어릴 때부터 정말 좋아하는 선수다. 역사적인 마스터스에서 우즈와 함께하게 돼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김주형이 감사한 일이 많겠다는 생각이 든다."
 

환하게 웃는 타이거 우즈, 김주형, 로리 매킬로이(왼쪽부터). [사진=마스터스]

연습 라운드 조 편성을 물었다. 김주형은 "커플스가 프레지던츠컵 때 마스터스에서 함께 연습 라운드를 하자고 했다. 둘이 하기로 한 것이 우즈가 참여하고, 매킬로이가 참여했다. 첫 마스터스 연습 라운드에 이 선수들과 함께해서 신기하고 매 순간이 기억에 남았다."

연습 라운드 직후 야외 취재 구역에서 인터뷰에 응한 커플스는 "김주형을 사랑한다"고 고백했다. "우즈와 매킬로이도 사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주름잡는 선수들이 김주형에게 애정을 보이고 있다.

김주형은 과분한 사랑이라며 멋쩍게 웃었다. "(우즈, 매킬로이, 커플스가) 좋아하는 이유는 모르겠다. '예뻐해 준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질문을 했을 때 답변도 잘해준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잘해줄 때마다 좋은 선수가 돼야겠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성공한다면 어린 선수들에게 똑같이 할 것이다."

이들은 오거스타 내셔널 후반 9홀을 돌았다. 9개 홀에는 선수들이 기도 하며 플레이한다는 아멘 코너(11~13번 홀), 우즈의 칩인이 화제가 된 16번 홀 등이 있다.

김주형은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그런 그에게 아멘 코너를 물었다. "기도하고 넘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아멘 코너에서) 하나님이 도와주실 것으로 믿는다."

16번 홀에 대해서는 "16번 홀 그린에서 우즈에게 명장면으로 남은 칩인을 물었다. 우즈는 그린 언듈레이션 등이 그때와 많이 변해서 설명하기 힘들다고 했다. 물어본 것만으로도 좋았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김주형은 "유명한 선수들이다. 마스터스 경험도 많다. 스윙을 하는 것만 봐도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안다. 깃대 위치도 예상이 됐다"고 덧붙였다.

김주형은 오른 손목에 테이핑을 하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에 대해서는 "혹시나 해서 했다. 최근에 춥고, 연습을 많이 해서 붙였다. 아무 문제 없다. 컨디션도 좋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본 대회 나흘 내내 뇌우가 예상됐다. 3라운드인 토요일의 경우 온도가 뚝 떨어지고, 강풍이 예보됐다.

김주형은 "모든 선수가 같은 상황이다. 컨디션이 어려울 때 잘해야 한다. 골프에서 이렇게 큰 대회는 없다. 큰 대회인 만큼 잘 풀어 보겠다"고 자신했다.

일요일 오후 우승자는 그린 재킷을 입는다. 남자 골프 선수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예다.

"나에게 그린 재킷은 골프를 치는 이유다. 재킷을 입는다면 역사에 남을 수 있다. 재킷은 골프의 모든 것이다. 준비됐다. 앞으로 나아가겠다."
 

공식 기자회견 중 발언하는 김주형. [사진=마스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