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우디 뒤통수에도 "전략 파트너 변하지 않아"...친중 행보 의식했나

2023-04-04 16:32
과거 감산 결정 때 보복 시사 발언과 대조적

사우디아라비아 실세 무함마드 왕세자와 주먹 인사하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AP·연합뉴스]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감산을 주도했음에도 비판의 수위를 조정했다. 이를 두고 미국의 대사우디아라비아 정책이 바뀐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과거 감산 결정 때 보복을 시사한 것과 대조적이라는 것이다. 

3일(현지시간)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시장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현 시점에서 (OPEC+의) 감산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를 분명히 표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했던 것처럼 미국 소비자들을 위해 유가를 낮추고 수요 공급을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커비 조정관의 설명에서 이목을 끈 것은 사우디아리비아에 대한 언급이다. 이번 OPEC 플러스 감축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커비 조정관은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을 사우디아라비아가 동의하지 않는 것처럼 미국도 사우디아라비아의 모든 행동에 동의하지는 않는다"고 하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전략적 파트너라는 사실이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OPEC+의 감산 결정 때 "근시안적"이라며 사우디아라비아를 규탄한 것과 대비된다. 당시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를 재평가하면서 체계적으로 대응하겠다"며 '보복'을 시사했다. 당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도 "군사 지원 변화도 포함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주도 OPEC+의 감산에도 온건한 반응을 보였다.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친중국 행보를 고려해 비판 수위를 조절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국교 정상화를 중재하는 등 중동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상하이협력기구(SCO) 참여를 발표하는 등 양국은 접점을 늘리고 있다. 지난달 아람코가 위안화 거래 의사를 밝힌 다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통화에서 "양국의 관계는 역사상 제일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사디 하미드 연구원은 중동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디 하미드 연구원은 "(빈살만)왕세자는 외교 의존도를 여러 국가에 분산하는 방식을 택하기로 결정했다"며 "미국이 보복하지 않음으로서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의 경쟁 국가와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CNN도 "사우디아라비아가 과거보다 더 개방적인 외교를 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