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왕 망령' 털어낸 주택 전세시장…전셋값 바닥 찍고 반등하나

2023-04-04 18:00
"전셋값 하락폭 줄였지만, 금리 높고 인상 우려도 여전…반등은 어렵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주택가 모습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한때 '빌라왕' 우려에 움츠렸던 주택 전세시장에 변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전세 거래량이 부쩍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 12월 말 정점을 찍었던 전세가격 하락 폭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4일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2~3월 서울 지역 주택 임대차 거래 중 전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폭으로 늘었다.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비중은 2월 56.4%에서 3월 63.2%로 6.8%포인트 증가했으며, 연립·다세대주택(빌라)은 같은 기간 53.8%에서 62.4%로 8.6%포인트 늘었다. 오피스텔 또한 39.7%에서 51.2%로 11.5%포인트 증가했다.

전세는 목돈을 집주인에게 보증금으로 지급하고 임대차 계약기간이 끝나면 이를 돌려받는 방식이다. 금융비용이 적은 시기라면 가장 저렴하게 거주할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금리가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금융비용이 증가하자 전세 수요가 월세 수요로 넘어가는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발생했다.
 
특히 지난해 말 '빌라왕' 사건으로 전세금을 되돌려받지 못하는 거래 안정성 문제까지 부각되면서 수요자들이 전세를 기피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월세 비중은 전세 비중을 넘지 못했지만 지난해 12월 오피스텔 임대차 거래 10건 중 6건 이상이 월세로 계약되는 등 전세 기피 현상이 정점을 찍었다. 아파트와 빌라 또한 10건 중 5건 이상이 월세로 계약됐다.  

거래가 둔화되면서 전세가격은 가파르게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 달간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4.8% 하락했으며 올해 1월에는 4.6%, 2월에는 3.3% 떨어졌다. 3개월간 12.2% 떨어진 것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지난해 말엔 기준금리가 오르는 만큼 전세자금대출 금리 또한 상승해 전세 수요가 월세로 이동했다"면서 "최근엔 정부와 은행이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낮췄고 전세가격 또한 급락해 거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전세가격은 하락 폭을 줄이고 있다. 3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1.7% 떨어졌는데 이는 2월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전세가격 반등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서진형 공정거래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최근 전세가격이 안정세를 찾고 있지만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고 절대적인 금리도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다만 거래가 활발하기 때문에 전세가격 측면에서는 하락 안정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