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 부채 평균 10조 육박… 자기자본 比 6.6배 많아
2023-04-03 15:23
부채 많은 소형사엔 재무건전성 위협
국내 증권사 부채가 자기자본 대비 6.59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거대 증권사 파산 위기감이 퍼진 가운데 국내 증권사 재무건전성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따른 우발부채 부담감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 53곳(개별 기준, 12월 결산) 부채 규모는 평균 9조6657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자기자본은 평균 1조4658억원에 불과했다. 부채 규모가 자기자본보다 6.59배 많은 셈이다.
자기자본 대비 부채 비중이 높은 상위 증권사 10개는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SK증권 △KB증권 △유안타증권 △미래에셋증권 △DB금융투자 △하이투자증권 △케이프투자증권 △메리츠증권 등이었다.
문제는 규모가 비교적 작은 소형사다. 증권사 부채가 많다고 해서 재무건전성이 불안정하다고 보기는 힘들다. 규모가 큰 사업을 하거나 신규 사업을 추진할 때 부채가 일시적으로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증권사 재무건전성을 판단하는 지표로 순자본비율이 활용된다. 부채 규모가 큰 증권사 중 대형사 순자본비율이 평균 1663.6%를 기록한 반면 중소형사 순자본비율은 423.74%에 불과하다. 이들 증권사 중 케이프투자증권은 221.2% 가장 낮은 순자본비율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사 고정이하자산비율 상위 증권사는 △유진투자증권 8% △하이투자증권 7% △현대차증권 5% △신한투자증권 5% △다올투자증권 5% △SK증권 4% △신영증권 4% △흥국증권 4% △상상인증권 3% 등으로 나타났다.
일부 대형사가 있기는 하지만 압도적인 비율로 중소형사가 차지한 비중이 높다. 이는 중소형사들의 공격적인 PF영업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여기서 부동산 PF 등으로 발생한 우발채무 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증권사 위기감은 급격히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고정이하자산비율이 높은 이유는 과거 진행한 PF 대출건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올 들어 부동산 PF 우려가 낮아진 만큼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내 증권사 재무건전성 개선이 필요한 이유는 글로벌 자본시장 위기감이 가라앉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초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서 시작된 금융시장 불안감은 크레디트스위스(CS), 도이치뱅크를 거쳐 미국 최대 증권사인 찰스 슈왑 파산위기로까지 확산됐다. 찰스 슈왑 파산 우려는 금리 상승에 따른 미실현 채권평가손실 문제가 거론되면서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찰스 슈왑 파산 가능성에 대해 과도한 우려라고 평가하면서도 시장에 지속되는 불안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