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전기·가스요금 31일 발표…정부 인상폭 고심 중

2023-03-27 15:56
4~6월 사용량 적어 인상 부담↓…尹 속도조절 주문에 고민

지난 1월 서울 시내 한 30평대 아파트 우편함에 관리비 고지서가 꽂혀 있다. [사진=연합뉴스]


2분기 전기·가스요금이 이달 31일 발표될 전망이다. 한국전력 등 공기업과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 가격이 여전히 높다는 점을 들어 요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기획재정부 등은 공공요금 인상이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며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27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산업부는 당초 이달 21일로 예정됐던 2분기 전기요금 발표를 한 차례 연기했다. 물가 당국과 의견 조율이 지연된 탓에 오는 31일 발표가 유력하다. 

앞서 이달 16일 한전은 2분기 연료비조정단기를 1분기와 동일한 ㎾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산정해 정부에 제출했다. 연료비조정단가는 직전 분기 대비 ㎾h당 최대 ±5원으로 제한돼 있다.

쟁점은 기준 연료비 인상 여부다. 한전은 정부에 낸 의견서에 전기요금을 구성하는 또 다른 요소인 기준 연료비도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담았다. 정부 내에서도 기준 연료비 인상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면서 요금 발표가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전은 적자 해소를 위해 올해 전기요금을 ㎾Wh당 51.6원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1분기(13.1원 인상)에 이어 나머지 분기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얘기다. 

통상 4~6월은 전력 수요가 많지 않아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부담이 덜하다. 여력이 있을 때 인상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냉방 수요로 전력 사용량이 늘어나는 7~9월 '냉방비 폭탄' 사태를 초래할 수 있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반론도 있다.

1분기에는 동결됐던 가스요금도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겨울을 지나면서 난방 수요가 줄어 인상에 따른 저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에서다. 

지난해 말 기준 한전 영업손실은 약 32조6000억원, 가스공사 미수금은 8조6000억원에 달하면서 요금 인상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난방비 폭탄 사태로 비난 여론에 시달린 경험이 있는 윤석열 정부로서는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까지 나서 공공요금 인상과 관련해 속도 조절을 주문한 상황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모두 각각 냉방·난방 수요가 높은 여름철·겨울철 전후인 2분기가 인상 최적기"라면서도 "하락세인 정부 지지율과 내년 총선이 변수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