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中企 전용 전기요금제 도입을 위한 제언

2024-12-02 15:39

전체 전기 사용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지난 10월 24일부터 평균 9.7% 올랐다. 주택용과 음식점 등 상업 시설에서 쓰는 일반용 전기요금은 동결한다. 사진은 같은달 23일 서울 시내 주택가에 설치된 전력량계. [사진=연합뉴스]
국내 전기요금 인상 문제와 맞물려 중소기업을 위한 전용 전기요금제 도입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전력은 올해 전기요금 인상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일부 전기료를 동결하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향후 요금 인상의 가능성을 여전히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전력이 누적 적자를 해소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을 유지하기 위해 적정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문제는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닌, 산업계 전반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경제적 사안이다. 특히 중소기업 입장에서 전기료 인상은 기업의 존폐, 생존과 직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몇 년간 전기요금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산업용 전기를 사용하는 기업들의 부담이 눈에 띄게 커졌다.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규모의 경제와 자본력을 바탕으로 에너지 비용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는 반면, 중소기업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자체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구축하거나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설비 투자에 제약이 크다.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전환 정책은 장기적으로는 필요한 방향성이지만, 그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들이 충분히 지원받지 못한다면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전기요금 정책과 관련해 해외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독일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비교적 높은 전기요금을 유지하고 있지만, 중소기업과 같은 취약 계층에 대해서는 다양한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통해 부담을 경감시키고 있다. 독일의 ‘에너지 효율 네트워크’ 프로그램은 중소기업들이 에너지 소비를 효율화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컨설팅과 기술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에너지 비용이 급등했음에도 중소기업의 전력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기요금 특별조정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중소기업의 사업 성격과 전력 사용량에 따라 차등 요금을 적용했다. 
 
한국도 이제 중소기업을 위한 전용 전기요금제 도입을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이를 통해 전력 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중소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 무턱대고 중소기업 전기료를 감면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단순히 요금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인센티브를 포함하는 방식으로 설계돼야 한다.
 
예를 들어 전력 사용량이 적은 기업에게는 할인 요금을 적용하고, 에너지 절감 기술을 도입한 기업에는 추가적인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에너지 효율화를 추진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중소기업 전용 전기요금제는 정부나 산업계 한쪽의 요구로는 도입될 수 없다. 정부와 산업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정책적인 지원과 제도적 틀을 제공하고, 한국전력과 같은 공기업은 이를 실질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유연한 요금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 
 
전기요금은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다. 중소기업이 무너진다면 그 여파는 한국 경제 전반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지속 가능한 성장과 공정한 경제 구조를 추구하기 위해서라도 중소기업 전용 전기요금제 도입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수적인 과제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