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올 1분기 대부업체 제재 '0건'…시장 위축에 제재도 '잠정 휴업'

2023-03-23 15:22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금융당국이 올 1분기 대부업체의 부당한 영업 행위를 제재한 건수가 0건을 기록했다. 대부업체들이 높은 조달금리에 대한 부담으로 신규 대출 문을 걸어 잠근 탓이다. 신규 영업에 나서지 않은 만큼, 제재를 가할 요인도 없었다. 금융당국은 대부업체의 소극적인 영업 탓에 불법 사금융에 내몰릴 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긴급 소액대출을 선보였다. 하지만 해당 상품에 대한 수요가 예상보다 훨씬 커, 추가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3월 대부업체에 제재를 가한 건수는 0건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총 제재 건수가 9건을 기록했던 데서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금감원의 전체 금융권에 대한 총 제재 건수가 34건에서 52건으로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그다지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 단순한 시각으로 접근하면 ‘시장 건전성’이 개선된 긍정적 신호로 볼 수 있겠지만, 실상은 ‘업황 침체’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봤다.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로 묶인 상황에 대출원가(조달금리)까지 연 10%대로 치솟아 시장 자체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았고, 이후 제재를 받을 동력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저신용자들이 이용하는 대부업 특성상 대손 비용을 5%로만 잡더라도, 기타 인건비, 중개 수수료 비, 사무실 운영비 등을 고려하면 수익성은 ‘제로(0)’에 가깝게 된다.
 
실제로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대부금융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등록 대부업체 중 나이스신용평가 기준 상위 69곳의 지난 1월 신규 대출 금액은 428억원으로 1년 전(3846억원)보다 88.9%가 감소했다. 신규 대출 이용자 역시 6084명으로 전년 동기(3만1065명)의 5분의 1 수준까지 쪼그라들었다.
 
이러한 상황을 틈타 불법 사금융 시장은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올 들어 지난 2월까지 금감원에 접수된 불법 채권추심 관련 피해상담·신고 건수는 총 271건으로 전년 동기(127건)보다 2배 이상 늘었다.
 
금융당국은 이를 막기 위해 최근 '소액 생계비'(긴급 생계비) 대출을 선보였다. 이는 취약계층에게 한도 100만원을 신청 당일 즉시 지급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최초 50만원을 빌려주고 이자를 6개월 이상 성실하게 상환하면 추가 대출을 해준다. 이자는 연 15.9%이며, 금융교육을 이수하고 성실 상환 시 연 9.4%까지 낮아진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해당 상품의 전체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출시 첫날 서민금융진흥원의 관련 안내 홈페이지에는 6000명 이상의 대기자가 몰렸다. 이미 다음 주 상담 예약 일정까지 모두 마감된 상태다.
 
금융권에서는 결국 추가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게 법정 최고금리를 시장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방식이다. 금융당국도 이러한 방향성에 공감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위원회가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지만, 법정 최고금리를 탄력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미 정무위원회 안에서는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