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69시간 근로 실현 가능성 낮아, 왜곡 말고 추진해야"

2023-03-23 14:30
중기중앙회·경총, '근로시간 제도 개선 방향 토론회' 개최
"기업경쟁력 제고·일자리 창출 위해 근로시간 유연화 절실"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전경. 2023.03.20[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대‧중소기업계가 한목소리로 근로시간 유연화를 촉구했다. 특히 주69시간을 골자로 한 정부 근로시간제 개편안이 장기간 근로를 유발한다는 지적에 반박하며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주69시간으로 장시간 근로 회귀' 주장은 사실 왜곡"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3일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선 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윤모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은 중소기업의 불규칙적인 연장근로 대응과 인력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최근 근로시간과 관련해 일부 왜곡된 주장들에 대해 정부는 논의와 소통을 다양화해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운을 뗐다.
 
정부 개편안은 현행 ‘주 단위’만 허용되는 연장근로 단위기간을 ‘월·분기·반기·연 단위’까지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이 경우 주 단위 근로시간이 현행 최대 52시간에서 최대 69시간까지 늘어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장기간 근로로 회귀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나 주 69시간은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변경하고 11시간 연속휴식시간제를 도입하면서 주 6일 근무를 전제로 한 계산 결과다. 현재 대부분 사업장은 주 5일 근무를 하고 있고, 주 6일 근무를 하려면 노사 합의가 필요하단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이동근 경총 부회장은 “연장근로의 단위기간을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운영하는 것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노사 간 서면 합의와 개별근로자의 동의가 있어야 실시할 수 있는 것”이라며 “노동계가 정부 개정안에 대해 극단적으로 한 주에 최대로 가능한 근로시간 길이만을 강조해 개선 취지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현행 근로시간제로 경영 애로…정부 개편안 도움될 것"

업계와 전문가들은 근로시간제 유연화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직적인 현행 근로시간 제도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근로시간 유연화와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이정 교수는 “현행 유연근무제는 사용기간이 너무 짧을 뿐만 아니라 도입절차가 까다로워 활용에 제한이 있다”며 “주52시간제 시행에 따른 업종별 노동력 부족현상, 생산성 감소가 산업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대환 일자리연대 상임대표 좌장으로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 황인환 한국전기차인프라서비스사업협동조합 이사장, 채효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상근부회장, 김강식 한국항공대 교수가 근로시간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노 연구위원은 “현행 근로기준법 체계에서도 69시간을 근로할 수는 있지만 특별한 사정이 있더라도 69시간 근무를 지속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연장근로 상한에 대한 논의보다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휴가 활성화 방안 마련을 위한 노사정의 협업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소‧벤처업계는 현행 주52시간제로 인한 경영 어려움을 토로했다. 납기나 서비스 출시 등 특정 일정에 맞추려면 추가연장근로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황 이사장은 “납기 맞추다가 주52시간을 초과하면 형사처벌까지 무릅써야 하는 상황에 이렇게까지 기업경영을 해야 하나 싶다”고 토로했다. 채 상근부회장도 “정보기술(IT)・소프트웨어 업종은 고객과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과업이 결정되고, 프로젝트가 가시화될수록 요구사항이 증가해 근로시간을 사전예측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업계는 정부 개편안에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기업과 근로자간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를 통해 기업경쟁력 향상과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이 이뤄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제언이다.
 
김 교수는 “근로시간제도는 노사의 자율적 선택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면서 “휴가제도 활성화, 기업문화 개선, 근로시간‧포괄임금제의 엄정한 관리 등 지원과 함께 근로자 건강악화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