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착시 걷었더니…韓 근로시간, OECD 평균과 격차 31% 감소
2023-12-19 12:00
KDI, 'OECD 연간근로시간의 국가 간 비교분석과 시사점' 보고서
자영업자 1%p 늘면 근로시간 10시간↑…시간제 1%p 증가시 9시간↓
"조정해도 韓 근로시간 높아…시간제 근로 일자리 충분히 늘어나야"
자영업자 1%p 늘면 근로시간 10시간↑…시간제 1%p 증가시 9시간↓
"조정해도 韓 근로시간 높아…시간제 근로 일자리 충분히 늘어나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9일 KDI 포커스 'OECD 연간근로시간의 국가 간 비교분석과 시사점'을 통해 "서로 다른 두 국가 간의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을 비교하고자 할 때 오해의 여지가 가장 적은 명확한 방법은 동일한 취업형태끼리 비교하는 것"이라며 "외국에 비해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이 높고 시간제 근로자 비중이 작다는 사실을 반영하면 연간 근로시간은 큰 폭으로 감소한다"고 밝혔다.
KDI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연간 근로시간 통계에서 측정하는 것은 '실제 근로시간'으로 취업자가 실제로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에 투입한 시간을 뜻한다.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장기적으로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이는 경제성장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과 이에 따른 임금상승, 여가시간 확대 등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 근로시간 감소를 위한 주 52세 근로상한제 등 장시간 근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도 더해지고 있다.
감소세가 확연하지만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여전히 OECD 국가 가운데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한국의 전체 취업자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은 1901시간으로 OECD 전체 회원국 중 5위에 달한다. OECD 평균인 1752시간에 비해서는 149시간이 더 긴 것이다.
이는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이 높고 주간 근로시간이 30시간 미만인 시간제 근로자 비중이 낮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전일제 근로자에 비해 자영업자의 근로시간은 길고 시간제 근로자의 근로시간은 짧게 나타난다.
이에 KDI는 OECD 국가 중 자영업자 비중과 시간제 근로자 비중 관련 자료가 있는 30개국의 2010~2021년 자료를 활용해 자영업자·시간제 근로자가 근로시간 변화분에 갖는 상관관계를 추정했다. 그 결과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의 비중이 1%포인트 증가하면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은 10시간 내외로 증가하고 시간제 근로자 비중이 1%포인트 늘어나면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은 약 9시간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자영업자 줄고 시간제근로자 늘며 11년 간 근로시간 83시간 감소
모든 국가의 자영업자 및 시간제 근로자의 비중이 같도록 조정하면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큰 폭으로 낮아진다. 지난 2021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은 1910시간, OECD 30개국의 평균 근로시간은 1646시간이다. OECD 30개국 평균 중에 세 번째로 높은 근로시간인 가운데 격차는 264시간에 달한다.자영업자와 시간제 근로자 비중을 동일하게 조정하면 한국의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은 1829시간으로 격차는 181시간으로 줄어든다. OECD 30개국 평균과의 격차가 31% 감소하지만 여전히 세 번째로 높은 근로시간이다. 취업형태 구성의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한국의 연간근로시간은 여전히 높은 수준인 것이다.
국내 노동시장의 자영업자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시간제 근로자가 늘어나면서 근로시간 감소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2021년은 2010년보다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이 253시간 줄었다. 이 가운데 50시간은 자영업자 비중 감소, 33시간은 시간제근로자 증가분의 영향이다. 2010년과 2021년 사이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 감소분 중 약 33%가 취업형태 구성 변화에 의한 것이라는게 KDI의 설명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민섭 연구위원은 "연간 근로시간에서 취업 형태 구성을 조정한 뒤에도 한국은 비교적 장시간 근로 국가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아직까지 잔존하고 있는 불합리한 임금체계나 경직적인 노동시간 규제, 장시간 근로를 초래하는 비효율적인 일자리 환경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또 "한국의 시간제 근로자 비중이 다른 OECD 국가에 비해서 비교적 작다는 점이 눈에 띈다"며 "노동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다양한 계층의 근로자들이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 양질의 시간 선택이 가능한 시간제 근로 일자리도 충분히 늘어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