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기업 수사 강화와 사정 범위 확대로 로펌들 역시 공정거래 부문 역량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향후 공정위 조사 단계는 물론 경영진을 직접 노린 검찰 수사에 대비하는 기업들의 자문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로펌업계에서 공정거래 인력 영입과 조직 확대 경쟁은 당분간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정거래 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로펌들이 우선적으로 공을 들이는 분야는 인력 수급이다. 기업 수사와 관련해 전문성과 유관 사건에 대한 대응 경험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의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서 이런 특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최근 로펌들은 공정위 출신이나 공정거래 분야 경험이 풍부한 전관 ‘모시기’ 경쟁에 너나 할 것 없이 가세하고 있다.
  태평양은 지난해 공정거래·형사 부문에 검찰 출신 인력을 대거 수혈한 데 이어 올해는 공정위 출신 인력을 영입했다. 태평양은 올 초 채규하 전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채 고문은 1990년부터 2020년까지 30년간 공정위에서 기업집단과장과 카르텔총괄과장, 소비자정책과장, 심판총괄담당관 등을 두루 거쳤다. 공정거래그룹에서 공정거래와 규제, 기업 준법경영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공정거래형사대응센터와 위기진단대응본부에서 경제고문단으로도 활동 중이다.
 
태평양은 같은 달 광주고검장과 대전고검장을 지낸 김희관 변호사(사법연수원 17기)도 영입해 기업의 준법경영과 기업 수사 업무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중앙지검 공조부 부부장을 역임한 김정환 변호사를 영입하기도 했다. 더불어 태평양은 올해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도 나섰다. 지난 1월에는 형사·공정거래 분야 핵심 전문가 60여 명으로 구성된 ‘공정거래형사대응센터’도 출범했다.
 
화우도 공정거래 분야 대응 능력을 제고하고 있다. 화우는 지난달 전일구 전 공정위 사무관을 전문위원으로 영입했다. 전 전문위원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공정위 기업집단국과 카르텔조사국, 시장감시국에서 기업의 부당지원과 조사방해 행위, 입찰 담합, 부당 하도급 거래 등 다수의 공정거래 위반 사건을 담당한 전문 수사관이다. 전 전문위원은 공정거래그룹에서 공정위의 현장조사와 대응, 자문 등을 담당한다.
    세종은 최근 공정거래 분야 전관 영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서울고법 공정거래전담부(행정7부)를 거친 강문경 변호사(연수원 28기)와 지난달까지 서울고법 공정거래전담부(행정3부)에서 일한 권순열 변호사(연수원 31기)를 공정거래그룹에 추가로 영입했다. 지난해 영입한 최한순 변호사(연수원 27기)까지 포함하면 서울고법 공정거래전담부에서 근무한 전관 출신 변호사만 3명이다. 올 초에는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을 역임한 김민형 변호사(연수원 31기)가 공정거래그룹에 합류하기도 했다.
 
세종은 공정위 등 경쟁당국의 현장조사에 대응 가능한 포렌식 역량을 갖춘 전문 인력 수혈에도 힘을 쏟고 있다. 세종은 최근 KPMG 뉴욕사무소 등에서 근무한 디지털포렌식 자문 전문가인 에드워드 문 고문을 로펌 내 디지털포렌식센터에 영입하기도 했다.
 
광장도 전관과 공정위 출신 변호사를 최근 추가 영입해 공정거래형사팀 진용을 강화했다. 지난달 20년 이상 법조 경력과 법원 공정거래 전담 재판부 경험이 있는 정수진 변호사(연수원 32기)를 영입해 공정거래 부문에서 민형사 분야를 두루 보강했다는 평가다. 여가에 최근 공정위 과장급 변호사와 조사관 출신 변호사도 추가로 영입한 데 이어 공정거래 전문가인 부부장검사 이상급 검찰 간부와 공조부 검사 출신 2명에 대해서도 영입을 추진 중이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검찰이 대검 반독점과와 서울중앙지검 공조2부를 신설하는 개편을 추진하는 등 기업 공정거래 형사 분야에 대한 수사 범위를 대폭 강화하고 있는 추세”라며 “최근 공정거래 사건이 기업 총수에 대한 검찰 수사 등 형사 이슈로 확대되는 기조에 기업들이 불안감을 느끼다 보니 로펌들도 관련 리스크에 종합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준비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