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오너리스크] ③취임 후 매년 30%씩 투자금 늘린 조현범 회장 구속···투자 계획 흔들리는데 재무 부담만 남아

2023-03-10 05:55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의 사법 리스크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의 투자 계획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취임 직후 매년 30%씩 투자 규모를 늘리는 등 판을 키우는 데 앞장섰던 조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된 탓이다. 그룹 총수가 경영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자칫 투자 절차는 멈춰서고 투자를 위해 늘린 차입금만 회사의 재무 리스크로 남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취임 직후 공격적으로 투자 규모를 늘리면서 그룹을 이끌어 왔다.

실제 그룹의 중요 계열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투자액 규모는 2021년 5938억원이었으나 지난해 1월 취임 이후에는 7581억원 규모로 27% 이상 늘었다. 올해도 전년 대비 31% 이상 늘어난 1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취임 후 2년 동안 매년 30%가량 투자를 늘리고 있는 셈이다.

조 회장은 지난해 캐나다 초소형 정밀기계 설계 업체인 프리사이슬리 마이크로테크놀로지를 인수하며 자율주행차 사업에 발을 담갔다. 미쉐린, 브리지스톤, 콘티넨탈 등 선두 업체들을 비롯해 중국산 저가 제품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발굴하겠다는 의지다. 올해 투자금 대부분은 북미 공장 증설에 집중된다. 최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정책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해 주요 기업들이 앞다퉈 미국 현지 생산 계획을 내놓고 있어 한국타이어로서는 증설이 시급하다.

하지만 조 회장이 사법 리스크로 이날 구속되면서 해당 투자를 이끌 리더십이 당장에 흔들리게 됐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에 따르면 5억원 이상 횡령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형 집행 종료 후 5년 동안 관련 기업에 취업할 수 없다. 검찰이 지금까지 파악한 조 회장의 횡령·배임 규모는 200조원으로 알려졌다. 유죄가 확정된다면 행 집행 이후에도 장기간 경영 참여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를 위해 감수한 재무적 리스크는 여전히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를 압박하고 있다. 한국타이어의 순차입금 규모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1조869억원으로 지난 2015년 1조1097억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만기 1년 미만인 단기차입금 규모가 늘어난 것이 눈에 띈다. 조 회장이 대주주가 된 직후인 2020년 말 2261억원이던 단기차입금이 지난해 9월 말 3991억원으로 1년9개월 만에 76.51% 늘었다. 이로 인해 단기차입금의존도는 3.6%에서 15.9%로 12.3%포인트 악화됐다.

반면 같은 기간 현금성 자산은 4796억원에서 2728억원으로 43.12% 줄었다. 올해 단기차입금을 상환한다면 다시 고금리로 차임금을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총수로서 정력적으로 일할 50대의 나이인 조 회장이 사법 리스크로 천금 같은 시간을 빼앗기게 됐다"며 "다양한 투자를 발빠르게 진행해야 할 한국타이어 입장에서도 매우 곤혹스러운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