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더 많은 부결에 정국 요동…이재명 리더십 '치명타'

2023-02-27 20:57
무너진 단일대오...사실상 '정치적 패배' 해석
당 안팎서 대표직 사퇴 압력 커세질 듯

김진표 국회의장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의 부결을 의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변은 없었다. 그러나 이례적인 결과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한 27일 국회 본회의 투표 결과는 예상대로 부결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야권 내 복잡 미묘한 정치적인 상황들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가결이 139표로 부결 138표보다 많았다. 가결에 방점을 둔 결과였다. 이 대표가 정치적인 패배를 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이 대표는 당장 영장실질심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 불체포 특권을 버리고 실질심사에 나가라는 요구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대표직을 내려놓고 불체포 상태에서 검찰 조사를 받으라는 목소리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어쨌든 이 대표는 지난 대선 패배 이후 최대 정치적 위기 상황에 놓이게 됐다. 민주당의 무더기 이탈표에 이 대표 리더십은 물론 향후 정치권 내 대립이 극에 달할 전망이다.  

이날 본회의 투표에 앞서 체포동의안 제출에 대한 설명에 나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자극적인 말로 민주당 의원들을 압박했을 때만 해도 이 같은 결과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가 이 대표에 대해 언급할 때마다 민주당 의원들이 고성으로 맞받아쳤다. 이 대표는 한 장관 발언에 불만스러운 기색을 보이며 동의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쓴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한 장관은 "단군 이래 최대 손해"라며 "성남시가 땅 작업에 수용권을 행사해주고, 인허가를 원하는 대로 책임져주고, 경쟁사까지 다 막아줬는데 김만배 일당이 무얼 잘했다고 성남시민에게 돌아가야 할 돈 수천억 원을 가져갔느냐. 시민 입장에서는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 아니라 '단군 이래 최대 손해'라는 말이 어울린다"고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신상 발언을 통해 "뚜렷한 혐의도 없이 제1야당 대표를 구속시키려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이번 사태는 대한민국 정치사에 역사적인 한 장면으로 남을 것"이라고 구속영장에 대한 부당함을 재차 피력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권력자가 국가 위기와 국민 고통을 외면한 채 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하는 것은 주권자에 대한 배반이자 민주공화정에 대한 도전"이라며 "주권자를 대신해 국회가 내릴 오늘 결정에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앞날이 달렸다. 법치의 탈을 쓴 정권의 퇴행에 의원 여러분께서 엄중한 경고를 보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깊어도 영원한 밤은 없다"며 "국민과 역사의 힘을 믿겠다"고 부연했다.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팀]

그리고 이어진 개표 과정도 순탄치 못했다. 표기가 부정확한 2표가 나와 여야가 해석을 두고 엇갈린 반응을 보이면서 개표가 1시간 넘게 지연됐다. 이날 무효표 논란이 불거진 2표는 국회의장 판단에 따라 각각 반대 1표와 무효 1표로 분류됐다. 

마침내 김진표 국회의장이 발표한 투표 결과는 민주당에는 충격이었다. 간신히 가결을 면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그간 체포동의안에 대해 '단일대오로 부결' 방침을 시사해왔다.

그러나 반대표가 절반을 겨우 웃도는 '박빙 부결'이 이뤄져 당 내부적으로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 리더십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비명(비이재명)계를 필두로 이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등 반대 여론이 거세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이 '수박(겉과 속이 다른 의원을 뜻하는 속어) 솎아내기'에 돌입하면 당내 분란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앞서 이 대표 검찰 조사에 동행하지 않은 의원들 명단을 만들어 좌표 찍기를 시도한 바 있다. 지난 18일 "민주당 정신 차려야 한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김해영 전 의원에 대해서도 이들은 "제명해야 한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비명계 중진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사실 겉으로만 보면 완전한 부결일 수 있지만 이면에 무슨 뜻이 있는지 봐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