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치 생명이 풍전등화다. 그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돼 국회 문턱을 넘었다. 실제 구속 여부는 법원 판단이 나와야 정해지겠지만 정치권에서는 체포동의안 가결로 이 대표의 정치 생명이 '바람 앞에 등불 신세'가 됐다는 부정적 기류가 감지된다. 

이날 표결 결과를 들여다보면 민주당으로서는 충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의 운명을 가른 것은 불과 두 표였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는 총 295표 가운데 '가' 149표, '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였다. 재적의원(298명)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이 찬성해야 가결되므로 가결 정족수는 148표였다. '가'가 두 표만 덜 나왔어도 지난 2월 첫 체포동의안에 이어 다시 부결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국민의힘은 이번 표결에서 압도적으로 뭉쳤다. 여권 성향 무소속 의원까지 모두 결집해 찬성표를 모은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체포동의안 찬성 표결'을 당론으로 정했다.

의원직을 겸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불렀다.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방미 중인 박진 외교부 장관만 불참해 총 110명이 자리했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주장해 온 정의당 역시 당론으로 '체포동의안 가결' 방침을 미리 밝혀 '가'에 6표를 더했다. 여기에 국민의힘과 합당을 추진 중인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민주당을 탈당한 양향자 한국의희망 의원 역시 찬성표를 던졌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출신인 무소속 하영제·황보승희 의원도 동참했을 가능성이 큰 만큼 여권 성향 찬성표는 최대 120표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 이탈표는 최소 29표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체포동의안 가결은 이 대표와 친명계(친이재명) 의원들, 극성 지지자들에게는 충격적인 결과다. 당초 체포동의안을 가결하겠다는 게 민주당 방침이었지만 단식 농성 중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한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 부결' 메시지를 내면서 기류가 뒤집혔기 때문이다. 친명 의원들을 중심으로 입원한 이 대표에 대해 '동정론'이 일면서 체포동의안 부결 기류는 더 강해졌다. 

진보 진영과 지지 세력들은 더욱 혼돈에 빠졌다. 민주당 극성 지지자인 이른바 '개딸(개혁의딸)'들은 이날 본회의가 시작하기 전인 오전부터 모여 집회를 벌였다. 국회 인근 3개 차로 일대에서 대규모 집회를 벌인 이들은 "체포동의안 부결하라" "검찰 독재 정권 끝장내자" 등 피켓을 들고 소리를 질렀다. 

이 대표 지지자들은 "검찰 독재 타도! 체포동의안이 가결된다면 국회로 들어가겠다" 등 위협도 서슴지 않았다. 이날 표결 이후 실제 결과가 가결로 나오면서 민주당 의원들과 지지자들은 더욱 흥분했다. 본회의장 내부까지 들어와 있던 지지자들은 "이게 나라냐"고 소리 지르며 좌절하는 모습도 보였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서 당 안팎에선 '이 대표 구속'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가시화하고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현직 당대표가 구속되는 건 헌정 사상 초유의 사건이다. 

문제는 이 대표가 구속되면 연말까지는 옥중에서 당대표 업무를 봐야 한다는 점이다. '옥중 대표 직무'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민주당 당헌·당규는 '대표 잔여 임기가 8개월 이내일 때'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이 다가오면서 이 대표가 옥중에서 공천을 할 가능성도 있는데 비명계(비이재명)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져 당이 쪼개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치권 관계자는 "(분당은)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면서도 "다만 이 대표가 옥중에서 공천권을 행사한다면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것으로 의심되는 비명계나 친문계(친문재인) 의원들에게 공천을 줄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만약 법원에서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다음 달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까지 패배하게 된다면 이 대표는 물러날 곳이 없게 된다"며 "얼마 전 정치권에서 돌았던 이 대표 '10월 사퇴론'이 현실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