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탐구] 정진석 與 비대위원장, 주도권 잡고 당 내홍 잠재운 일등공신

2023-02-26 18:00
'강한 주도권'으로 국민의힘 혼란 빠르게 수습
노용호·정점식 "당 혼란 수습하고 당 화합 이뤄"
정진석 "가처분 등 출발부터 혼란스러워" 회상
"정치인생 중 가장 중요한 시기 감사하게 졸업"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정진석 의원이 지난 4년 동안 끊었던 담배도 다시 피우면서, 처음엔 (비대위원장직을) 완강하게 거절했다."(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해 9월 7일 당시 권성동 원내대표의 '삼고초려' 끝에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 용단이었다. 정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며 "지금 비대위원장직을 독배라고들 한다. 저는 독배라서 더 이상 피해선 안된다 생각했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혼돈의 여당'을 빠르게 재정비했다는 평을 받는다. 그가 비대위원장직을 맡을 당시 국민의힘은 극심한 혼란 속에 있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법원에 신청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서 '주호영 비대위' 체제가 무너졌고, 당의 위기를 수습할 당 지도부도 공백 상태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 위원장은 이 전 대표와 공개적으로 설전을 벌인 '육모방망이 갈등'과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관계자) 맏형'으로 평가받아 당내 또다른 갈등 요인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윤핵관 맏형'으로서 대통령과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과 '중원' 충청권에서 지역구를 맡고 있어 지역색이 약하다는 점이 정 위원장의 '강점'으로 꼽혔다. 당내 혼란 수습과 더불어 대야 투쟁의 선봉장으로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줄곧 받아와서다.

그는 취임 후 첫 일성으로 "윤석열 정부가 혼신의 힘을 다해 일할 수 있도록 집권여당부터 정신을 차리겠다. 당을 신속하게 정비하겠다"고 강조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그 과정에서 당연히 부침도 있었다. 정 위원장이 비대위원으로 임명하고자 했던 최재형 의원이 직을 고사했고 비대위원으로 인선됐던 소위 '윤핵관' 주기환 전 대검찰청 수사관도 사의를 표명, '정진석 호'는 출발부터 흔들린다는 지적도 들었다.

하지만 정 위원장은 강한 주도권을 갖고 빠르게 내홍을 잠재웠다. 당무감사 결과 발표를 차기 지도부에 넘겨 '친윤(親尹) 줄세우기' 논란을 일축했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전당대회 개최 시점도 '3월 초'로 못 박았다. '당원 100% 투표 전당대회 룰(규칙)'과 보수정당 최초 '결선투표' 도입이란 새로운 규칙을 일사천리로 도입했다.
 
 
'3·8 전당대회' 결과 따라 임기 종료…"당 화합 이끌었다" 호평

정 위원장은 '3·8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오는 3월 8일 또는 3월 12일 비대위원장 임기를 마친다. 정 위원장과 함께 비대위에서 호흡을 맞춰 온 정점식 비대위원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그 당시만 해도 우리 당이 굉장히 위기 상황이었다. 당의 상황이 결국은 대통령 지지도까지, 국정운영 지지도까지 하락을 시켰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정 위원장은) 그동안 다른 것 없이 우리 당원을 아우르고 전당대회를 준비하면서 당의 안정을 찾아 갔다"며 "그에 따라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도 올라가고 정말 당을 잘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정 위원장의 비서실장직을 맡았던 노용호 의원도 이날 본지 기자에 "(정 위원장이) 그동안 당의 화합과 안정을 위해 노력했고 성과를 냈다"라며 "당원들의 권리를 강화했고 당정 간의 원만한 소통과 협력을 이끌어 왔다"고 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앞줄 가운데), 주호영 원내대표(앞줄 왼쪽), 김석기 사무총장(앞줄 오른쪽)과 비대위원들 [사진=연합뉴스]


정 위원장은 26일 그간 소회를 묻는 아주경제 기자와의 대화에서 "비대위원장을 벗어던지면 참 홀가분할 것 같다. 지난 6개월, 제 정치인생 중 가장 중요한 시기였는데 대과없이 졸업하는 것 같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대위 출발 당시를 회상하며 "독배니까 피한다는 말을 듣기 싫어 눈 딱 감고 수락하긴 했지만, (이준석 전 대표가 제기한) 가처분 문제가 여전히 수습되지 않아 출발부터 혼란스러웠다"는 고충도 이제야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비대위원과 의원들이 협조적이었던 덕분에 대과없이 마칠 수 있게 된 것 같다"며 "민주당과의 여론전에서 제가 '빅마우스·빅스피커'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했고, 결코 밀리지 않았다고 자부한다"고 자부심도 보였다.

당원 투표 100% 전당대회 룰에 대해 윤 대통령의 개입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선 "순 구라(거짓말)"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정 위원장은 "지방 현장 최고위와 방문을 통해 당의 결속을 지속적으로 강조했고, 당원들의 만남에서 큰 호응을 느끼면서 당원 100% 투표도 구상하게 됐다"고 '정진석 비대위'가 구상한 룰임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