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러시아 감산·中 리오프닝 '불확실성' 여전…물가에 악영향 미칠 수도"

2023-02-26 13:53
26일 최근 글로벌 원유시장 주요 수급요인 점검 결과 발표

23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서 주유하는 시민 뒤로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사진=연합뉴스]

 

향후 국제 원유 가격이 러시아 공급 차질과 중국 수요 증가 등 여파로 다시 상승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은행이 유가 하락 등을 근거로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을 3.6%에서 3.5%로 소폭 하향조정한 만큼 유가 반등이 가속화될 경우 국내 물가 악영향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은 조사국은 26일 해외경제포커스 내 '최근 글로벌 원유시장 주요 수급요인 점검' 보고서를 통해 "1월 러시아의 원유 수출은 서방 제재 이후에도 중국·인도 등 대체 수출처 확보에 따라 전월보다 30만 배럴 확대됐다"며 "그러나 러시아 제재 이후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지역으로 수출이 늘면서 운송 여력이 부족한데다, 러시아 해상 운송이 주로 시작되는 발트해의가 겨울 유빙으로 3∼4월까지 운송 자체가 쉽지 않아 공급 여건 우려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 24일 기준 전 거래일보다 0.93달러 오른 배럴당 76.2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이유는 러시아가 오는 3월부터 일일생산량의 5% 수준인 50만 배럴을 감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EU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원유수입을 중단하자 중국, 인도 등 아시아지역으로 수출을 확대했다.

한은은 국제유가가 러시아의 운송선 확충 여부와 EU의 석유재제 기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5일 EU가 석유제품 수입을 금지한 이후, 가솔린을 운송하는 유조선의 화물운임이 400% 이상 큰폭으로 상승했다. 경유·가솔린 등 석유제품은 원유와 달리 유조선이 필요한데, 러시아가 석유제품을 운송할 유조선을 구하면서 유조선 공급이 줄며 운임이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BP(브리티시 페트롤리엄), 셸 등 글로벌 석유회사가 러시아에서 철수하면서 최신 장비·기술 도입이 어려운 점도 원유 공급 차질의 요인으로 꼽혔다.


아울러 중국의 원유 수요도 하반기로 갈수록 경제 회복과 함께 확대될 것으로 전망돼 이 또한 유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지가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한은은 다만 중국의 가계소비 여력이 크지 않고 부동산 시장도 부진해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는 만큼 현재로는 불확실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수요 측면에서는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수요 증가가 미국과 유럽의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를 일정 부분 상쇄할 것"이라면서도 "중국 경제의 구체적 회복 양상에 따라 유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은은 지난 23일 수정 경제전망 발표에서 국제유가 하락을 반영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3.6%에서 3.5%로 내려 잡았다. 한은은 올해 2월까지는 5%대 고물가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3월부터는 물가상승률이 5% 아래로 내려가고 연말에는 3% 초반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은은 당시 물가 전망치를 낮춘 배경에 대해 “올해는 국제유가가 작년보다 낮아지고 경기가 둔화하는 등 공급은 물론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이 모두 약해지면서 물가상승률이 지난해(5.1%)보다 상당폭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