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전략산업의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가운데 세액공제율이 1%포인트 확대되면 기업의 설비투자는 8% 이상 늘어난다는 분석이 나왔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 이를 대입하면 대기업 설비투자액이 많게는 59%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조속한 법안 통과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2일 전문가에게 의뢰해 분석한 ‘투자세액공제의 기업투자 유인효과와 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디스플레이 산업 등이 포함된 국가전략산업의 경우 다른 외부적 요인이 동일할 때 세액공제율이 1%포인트 확대되면 설비투자는 대·중견기업은 8.4%, 중소기업은 4.2%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상의는 3만개 이상 외부감사대상 기업의 1994년부터 2021년까지 28년간 재무제표 자료를 대상으로 고정효과 패널 회귀분석방법을 적용해 세액공제율과 기업투자간 연관효과를 분석했다.

대한상의는 분석 결과를 정부가 제출한 조특법 개정안에 대입할 경우 전략산업 분야 설비투자액이 대·중견기업은 59%, 중소기업은 38%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러한 분석은 기업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외부적 요인들은 배제한 결과로 경기동향, 조달금리 등 제반 요인까지 고려할 경우 실제 수치는 달라질 수 있다.

대한상의는 반도체 등 전략산업에 대한 획기적인 정책적 지원을 촉구했다. 반도체는 한국 최대 수출품목으로 전체 수출액의 20%를 차지할 뿐 아니라 제조업 총 설비투자의 54%에 달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전략산업의 설비투자 지원을 늘리는 추세이며 반도체 관련 보조금 지원이 전무한 한국과 달리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정부 보조금도 앞다퉈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생산능력 회복을 위해 지난해 반도체과학법을 제정해 25%의 설비투자세액공제와 390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 부활을 위해 정부 보조금을 투입해 외국의 파운드리 기업을 자국에 유치하는 전략을 실행하면서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선진국과의 반도체 패권경쟁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최근 반도체 수출 감소세는 심화하고 있어 세계 1위 산업을 지켜낼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획기적인 세제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대한상의는 신성장·원천기술, 일반기술 분야의 세액공제율을 올해 한시적으로 2~6%포인트 상향 조정하는 임시투자세액공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산업은행이 발간하는 설비투자계획조사에 따르면 올해 제조업 분야 설비투자는 전년 대비 8.6% 감소할 전망인데 특히 기업규모가 작을수록 투자 감소폭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올해 반도체 설비투자가 감소하면 단기적으로 역성장이 우려되고 장기적으로는 반도체 경쟁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며 “적어도 경쟁국과 동일한 수준의 세제지원을 통해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되살려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