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도, 외인도 줄었네"…작년 韓 순대외금융자산, 이유있는 '사상 최대'

2023-02-22 12:00
한국은행, 22일 2022년 국제투자대조표(잠정) 발표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의 대외지급능력을 의미하는 순대외금융자산이 지난해 7400억달러를 넘어서며 또다시 사상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그러나 예년과는 상황이 다르다. 주식시장이 활황이던 2021년에는 해외에 투자하는 서학개미 열풍에 힘입어 대외금융자산 규모가 커졌다면 지난해에는 주식시장 침체 속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투자와 국내에 투자한 외국인 자금이 나란히 감소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22년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의 순대외금융자산 잔액은 전년 말 대비 870억달러 증가한 7466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도에 이은 역대 최대 규모다. 순대외금융자산은 대외금융자산(거주자의 해외투자)에서 대외금융부채(외국인의 국내투자)를 뺀 것으로, 해당 국가의 대외지급능력을 의미한다.

국내 투자자가 해외 금융상품을 사들이거나 기업이 해외에 직접투자를 한 금액을 뜻하는 대외금융자산 규모는 작년 말 기준 총 2조1271억달러로 집계됐다. 전년도인 지난 2021년 해당 자산 규모가 2조1784억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513억달러 줄어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거주자의 증권투자 규모가 전년 말보다 954억달러 감소한 반면 직접투자 규모는 지분투자(389억달러)를 중심으로 406억달러 증가했다. 

유복근 경제통계국 국외투자통계팀장은 "지난해 대외금융자산 규모는 전세계적인 주가 하락 속 국내투자자들이 해외에서 사들인 증권투자를 중심으로 감소했다"며 "미 달러화 대비 주요국의 통화가치 하락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실제 작년 한 해 동안 미 다우존스는 8.8% 나스닥은 33.1% 하락했다.


이 기간 대외금융부채 역시 1조3805억달러로, 전년 말 대비 1383억달러 줄었다. 이 또한 국내 주가가 하락한 데다 미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낮아지는 등 비거래요인 영향으로 외국인 직접투자는 전년 말보다 30억달러 감소했다. 외국인 증권투자 역시 같은 이유로 1년 전(21년 9910억달러→22년 8088억달러)과 비교해 1821억달러 급감했다.

지난해 말 기준 대외채권에서 대외채무를 뺀 순대외채권은 3612억달러로 1년 전보다 868억달러 줄었다. 이 기간 대외채권(1조257억달러)는 준비자산 400억달러를 포함해 총 547억달러 감소했고 대외채무(단기외채+장기외채)는 일반정부와 예금취급기관의 부채성증권을 중심으로 321억달러 늘면서 역대 최대 규모인 6645억달러를 나타냈다. 단기외채는 20억달러, 장기외채는 301억달러 늘었다. 단기외채 증가는 예금취급기관의 부채성증권(+63억달러)이, 장기외채 증가는 일반정부의 부채성증권(+103억달러)이 주도했다.

한편 대외채무 대비 단기외채를 뜻하는 단기외채 비중은 25.1%로 전년 말 대비 1.0%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준비자산(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중인 단기외채비율은 같은 기간 3.8%포인트 상승한 39.4%를 기록했다.

유 팀장은 "2022년 중 대외채무 증가는 국내외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높았음에도 국내 채권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지속됐고 외채 만기 구조도 장기화됐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대외지급능력와 외채건전성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해보면 대체로 양호하다"면서도 "향후 대내외 경제여건변화, 외환시장 상황 등을 주의깊게 잘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