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권경쟁] '시장통' 같은 합동연설회… 지지자 간 진흙탕 싸움에 묻힌 정책 대결
2023-02-13 21:12
與 3·8 전대 제주서 첫 격돌
꽹과리에 징 등장…당원조차도 눈살
군중 소음에 후보 정책 듣기도 어려워
김기현·안철수 '탄핵 발언' 날선 공방
꽹과리에 징 등장…당원조차도 눈살
군중 소음에 후보 정책 듣기도 어려워
김기현·안철수 '탄핵 발언' 날선 공방
안개와 부슬비가 겹쳐 50m 앞도 보이지 않는 13일 오전 국민의힘 지도부는 무거운 표정으로 제주 4·3 평화공원을 찾아 참배했다. 이들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에서 현장 회의를 개최하며 자성의 목소리부터 높였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2004년 총선 이후 지금까지 20년 동안 제주도에서 우리 당 소속 국회의원이 단 한 명도 없었다"며 "내년에는 우리 국회의원을 배출해 제주에서도 압승을 거둬야겠다고 다짐하며 합동연설회를 제주에서 처음 출발한다"고 말했다.
막상 뚜껑을 열자 정 위원장 말과는 달랐다. 이날 오후 2시 제주시 퍼시픽 호텔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 청년최고위원 후보자 합동연설회는 집권여당의 품격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마디로 '진흙탕 싸움'이었다.
결국 두 양강 후보가 내세운 출사표와 정책 좌표는 군중의 격앙된 목소리에 묻혀 하나도 들리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런데도 두 후보는 각자 자기 지지층을 두둔하는 동시에 상대방 후보 탓을 하기에만 바빴다.
먼저 연설을 마친 안 후보는 "생각보다 많은 당원이 와서 열기를 느꼈다. 우리가 좀 더 힘을 모으면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안도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진짜 20년 만에 제주에서도 (국회의원을) 당선시킬 수 있겠다는 확신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 연설 도중 "김기현"을 외쳤다는 지적에 대해선 "듣지 못했다"고만 했다.
김 후보도 일단 본인 지지자들을 감쌌다. 연설 직후 양 후보 지지자들이 기싸움을 벌이며 자기 이름을 연호하자 한두 차례 "조용히 해 달라"고만 했을 뿐이다. 그러면서 "전대는 페스티벌, 축제이기 때문에 어느 후보를 지지하든 함께 가는 것이라는 인식을 공유하는 게 좋겠다"고 두둔했다.
다만 김 후보는 최근 탄핵 발언으로 인해 수세에 몰리자 몸을 한껏 낮췄다. '대통합'을 화두로 제시하며 안 후보, 황교안, 천하람 당대표 후보와 함께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는 이날 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 "나머지 당대표 후보 세 분을 상임특별고문으로 모시겠다"며 "세 분 모두 능력이 출중한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도 앞서 안 후보가 양자 토론을 제안한 것에 대해서는 "다른 후보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 다른 후보들과 같이 의논해야 봐야 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그는 탄핵 발언 관련 안 후보 측이 왜곡했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 "우리 당이 과거에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충돌하면 당 내분 사태를 직접 겪었고,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사태 있었기에 이걸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라며 "당 내분이 일어나면 안 되기 때문에 당을 안정시킬 수 있는 사람, 원팀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당대표가 돼야 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컷오프를 모두 통과한 친이준석계 4인방 '천아용인(천하람 당대표·허은아 최고위원·김용태 최고위원·이기인 청년최고위원 )' 후보는 전날 국회에서 오찬 기자간담회를 함께한 데 이어 이날 똘똘 뭉친 모습을 연출했다. 이들은 합동연설회 전 4‧3 평화공원을 찾아 참배하기도 했다. 천 후보는 방명록에 ‘순천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의힘이 제주 동백의 아픔과 항상 함께하도록 하겠다’고 적었다.
한편 국민의힘 전당대회 합동연설회는 이날 제주도를 시작으로 다음 달 초까지 이어진다. 14일 부산·울산·경남, 16일 광주·전북·전남, 21일 대전·세종·충북·충남, 23일 강원, 29일 대구·경북, 3월 2일 서울·인천·경기에서 열리며 이어 8일 전당대회 본행사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