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이슈] 다나카는 일본인 희화화? 고향 친구들이 본 다나카는

2023-02-06 00:01
개그맨 김경욱 부캐 '다나카' 열풍…日언론도 관심
서툰 한국어 따라하는 개그에 '일본인 조롱' 지적도
흉내 개그 흔한 日..."개그는 개그일 뿐, 개의치 않아"

[사진=포브스 재팬 갈무리(위), 유대길 기자(아래)]


'다나카'를 향한 국내외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희화화 논쟁에 불이 붙었다. 다나카(다나카 유키오)는 개그맨 김경욱이 지난 2018년에 만들어낸 부캐릭터로, 딱 붙는 스키니진과 아르마니 티셔츠, 샤기컷 헤어스타일이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특유의 분위기와 화법으로 인기를 끈 다나카는 참여형 인터넷 백과사전인 '나무위키'에도 등재됐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다나카는 일본 도쿄의 대표적인 유흥가인 신주쿠 가부키초에서 활동하는 호스트바 직원이다.

다나카는 지난해 11월 음반 발매에 이어 첫 '내한 콘서트'도 진행했다. 지난달 27~29일까지 3일간 진행된 콘서트 '꼬ㅊ보다 TANAKA'는 7만~9만원대 티켓 가격에도 800석 전석이 매진됐다.
 

다나카는 지난해 10월 20일 실제 일본의 한 호스트바에서 콘텐츠를 촬영했다. '다나카와 동료들의 샴페인콜'이라는 제목의 해당 영상은 5일 기준 96만번 재생됐다. [사진=나몰라패밀리 핫쇼 유튜브 채널]


일본 현지 언론도 다나카 캐릭터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포브스 재팬은 지난달 15일 '한국 인기 유튜버 다나카는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기사에선 다나카의 유행어인 '오이시쿠나레'(맛있어져라), '모에모에큥'과 같은 일본어가 한국에서 유행어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나카는) 주로 유튜브에서 활동하지만, 최근 TV와 잡지, 광고에서도 활약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다나카가 일본인 희화화라는 지적도 있다. 받침 발음에 어려움을 겪는 일본인의 억양을 다나카가 그대로 따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다나카는 꽃을 '꼬츠'로, 미남은 '미나무'로 발음한다. 그렇다 보니 일부 누리꾼은 일본인 발음을 개그 소재로 삼는 다나카에 불편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입장 바꿔 한 외국인이 한국인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하면 화낼 거면서 왜 다나카는 재밌다고 넘기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구독자 수 약 2만명을 보유한 한 유튜버도 지난달 24일 "일본인들이 다나카를 보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며 서투른 한국어 발음을 흉내 내는 다나카를 두고 '인종차별'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영상엔 5일 기준 약 500개 댓글이 달리면서 논쟁이 벌어졌다.

실제 포브스 재팬 기사엔 일본인으로 추정되는 누리꾼의 양분된 댓글이 달렸다. "재미있는 일본인으로 생각해 주변에 추천했다", "독특한 감각으로 재밌다" 등 긍정적인 반응이 있는가 하면, "일본인을 어리석게 표현해 좋아하지 않는다", "문화적 도용이 아닌가. 같은 아시아권이라고 문제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등 불쾌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서 만난 키타가키 후미카씨. 그는 다나카 캐릭터에 대해 "기분이 나쁘지 않다"고 설명했다. [사진=홍승완 기자]


2일 본지가 만난 3명의 일본인은 다나카 캐릭터에 대해 "개그는 개그일 뿐.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에서 어학당을 다니고 있는 히가 스즈코씨(29)는 "기분 나쁜 것은 없었다"며 "일본에서는 (다나카 캐릭터를)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라고 설명했다.

일본 유학생인 키타가키 후미카씨(29)도 "다나카와 같은 스타일이 실제로 2000년대 초반에 존재했기 때문에 (희화화 논란에 대해) 기분이 나쁘진 않다"고 전했다.

오사카에 거주 중인 키타가와 미즈키씨(28)도 비슷한 반응이다. 미즈키씨는 "다나카를 아는 사람이 주변에 제법 있지만, 그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없었다"며 "(다나카가) 일본인을 희화화한다거나 조롱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다나카가 일본에 대해 정치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문제 될 만한 행동이나 말을 하지 않는 데다 가끔 구사하는 일본어를 들을 땐 '제법 일본에 대해 잘 연구했다'는 느낌마저 든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서 만난 히가 스즈코씨(29). 그는 다나카 캐릭터에 대해 "일본에선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사진=홍승완 기자]


무엇보다 일본에선 흉내 내기, 즉 모노마네(物まね)가 오래전부터 일본 개그계의 한 장르로 용인돼 온 탓에 큰 거부반응이 없단 분석이다. 모노마네란 목소리뿐만 아니라 행동까지 따라 하는 개그 장르로, 일본에서는 모노마네만 전문적으로 하는 개그맨들이 있을 정도다.

미즈키씨는 "누군가를 흉내 내는 개그는 일본에서 흔하다"며 다나카 캐릭터가 크게 반감을 사지 않는 이유를 풀이했다. 스즈코씨도 "일본은 옛날부터 '흉내 내기'가 개그의 한 장르로 인기가 많았기 때문에 (다나카의 일본인 희화화 논란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본에서도 특정 연령이나 직업의 특징을 따라 하는 개그맨이 존재한다"고 소개했다.

다만 개인 성향에 따라 다나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후미카씨는 "(다나카가) 10~20대에게는 단순히 개그 캐릭터이자 재미있는 사람으로 받아들여지지만, 50대 이상의 보수적인 일부 일본인에게는 '왜 저렇게 (일본인을) 바보같이 표현하지?' 하고 기분이 나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