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분위기다. 수출 부진이 심각해 경기 둔화가 가시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일 발간한 '1월 경제동향'에서 "투자는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으나 대외 수요 부진으로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내외 금리 인상 영향이 실물경제에 파급돼 향후 경기 하방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KDI는 지난해 9월과 10월 '경제 회복세 약화'라는 표현을 썼지만, 11월에는 '회복'이라는 표현을 빼고 '성장세 약화'라고 진단했다.

12월에는 여기에 더해 '경기 둔화 가능성'까지 시사했는데, 이번에는 경기 둔화가 가시화하고 있다며 한층 더 부정적인 평가를 한 것이다.

부문별로는 11월 전산업생산의 경우 전월(2.7%)보다 낮은 0.6%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전월 대비(계절조정)로는 0.1% 증가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3.1%로 전월(72.5%)보다 소폭 올랐다. 재고율(127.6%)도 전월(122.8%) 대비 대폭 상승했다.

광공업생산(-3.7%)은 전월(-1.2%) 대비 급감했다. 자동차(25.0%)가 큰 폭으로 증가했으나 반도체(-15.0%), 화학제품(-13.7%), 1차 금속(-18.6%), 전기장비(-7.8%) 등 대부분 품목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서비스업 생산은 4.8%에서 2.6%로 둔화 폭이 컸다. 금융·보험업(6.1%)과 보건업·사회복지 서비스업(5.2%)이 증가한 반면, 숙박·음식점업(16.8%→6.8%) 등 대면 서비스업은 부진했다. 특히 부동산(-8.4%) 침체가 두드러졌다. 

경기 전망이 악화한 주요 원인은 수출 부진이다. 12월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9.5% 줄었다. 지난 10월부터 석 달 연속 감소세다. 지역별로는 대미 수출(8.0%→6.7%) 증가세가 소폭 둔화했고, 대중 수출(-25.5%→-27.0%)은 감소 폭이 확대됐다.

특히 주력 상품인 반도체 수출이 29.1% 급감하며 5개월 연속 감소했다. 석유화학(-23.8%) 등 대부분 품목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11월 교역조건은 -4.9%로 전월(-7.5%)보다 개선됐고, 12월 무역수지는 46억9000만 달러 적자로 전월(-69억9000만 달러)보다 적자 폭이 줄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보합세다. 다만 향후 공공요금 인상이 변수다. 12월 소비자물가는 전월과 동일한 5.0%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이 반영된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상승률은 4.1%로 전월(4.3%)보다 소폭 하락했다. 상품 물가(6.1%→6.2%)와 서비스 물가(4.1%→4.0%) 모두 전월과 큰 변동이 없었다. 

외환시장은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회사채와 단기자금 시장의 신용 불안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12월 국고채 금리(3년)는 3.72%로 전월(3.69%)과 유사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월 말(1318.8원)보다 하락한 1264.5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