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00억 들인 정부 WC300 사업…KDI "효과 없어"

2024-12-19 12:00

'챔피언으로 가는 길: 중소·중견 기업 지원정책의 전환방안' 보고서 [사진=KDI]
정부가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연 최대 15억원까지 연구개발비(R&D) 자금을 지원하는 월드클래스 300(WC300) 사업이 사실상 효과가 없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발표가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9일 '챔피언으로 가는 길: 중소·중견 기업 지원정책의 전환방안' 보고서에서 "글로벌 기업 육성을 위한 '국가 챔피언 기업 육성정책'의 지원을 받은 기업들이 매출액과 생산성 등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WC300은 매출액 400억~1조원 규모의 중소·중견기업에 연간 최대 15억원의 R&D 자금을 3~5년간 지원하는 사업이다. 선정 기업은 직전 5년간 연평균 매출 증가율이 15% 이상이거나 최근 3년간 지출한 연구개발 투자비가 연매출의 2% 이상이어야 한다. 정부는 중소·중견기업을 세계적 수준의 기업으로 키우고 국가 성장 동력, 질 좋은 일자리를 확충을 위해 2011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5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다. 

KDI는 최근 WC300 사업에 선정된 기업의 2011년부터 2018년까지의 기업활동 조사를 근거로 매출액·부가가치·생산성에서 지원 효과가 유의미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KDI는 "정부 지원이 필요한 기업에 지원됐다면 성과가 기업의 매출액 증가로 나타나야 하지만 지원 기업의 상당수는 오히려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며 "지원기업의 유형자산이 미지원기업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보조금이 투자로 연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KDI는 WC300 사업의 문제점으로 대상기업 선정 과정에서 정부 가용 정보 부족과 R&D 활동에만 보조금 사용을 국한한 점을 꼽았다. 또 성장 잠재력이 부족한 기업이 직접적인 재정 지원 방식을 선호하는데 그 결과 잘못된 기업에 정책 자금이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호 KDI 연구위원은 "기존의 단순한 보조금 지원에서 벗어나 기업이 직면한 과제를 민간투자, 컨설팅, 네트워크를 활용해 함께 해결하는 '비스포크 수행 모델'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 모델은 기업이 직면한 과제에 필요한 정책 지원을 민간이 주도해 선정하고 정부가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어 김 연구위원은 "정책의 책임성과 효과성 제고를 위해 지원 내역과 성과 정보를 통합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