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체포동의안 표결 전 한동훈 설명이 피의사실 공표?

2023-01-02 15:37
노웅래 녹음파일도 언급...사세행 "피의사실 공표"
"체포동의 위한 것, 공익적" vs "장관 위치, 과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 투표에 앞서 체포동의요청 이유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무부 장관이 현역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전에 범죄 혐의와 증거 관계를 설명한 것을 두고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법조계에선 '공익적 목적'으로 발언했다는 점에서 피의사실 공표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과 장관의 위치에서 한 발언이니 만큼 신중했어야 한다는 견해가 교차한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지난달 30일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위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서 피의사실 공표와 공무상 비밀누설을 했다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사세행은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동의하라는 취지로 국회에서 수사를 담당하는 검사만 알 수 있는 구체적이고 내밀한 내용의 피의사실을 공표한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형법 126조는 검찰과 경찰, 그 밖에 범죄 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수행하면서 알게 된 피의사실을 공소 제기 전에 공표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 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 노웅래 녹음파일도 언급...사세행 "피의사실 공표"

한 장관은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 의원은 2020년 2월부터 12월까지 브로커 박모씨 측으로부터 발전소 납품사업 청탁 명목, 용인 물류센터 인허가 알선 청탁 명목, 태양광발전사업 청탁 명목 등으로 6000만원의 뇌물 및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이어 "구체적인 청탁을 주고받고 '저번에 주셨는데 뭘 또 주냐, 제가 잘 쓰고 있는데'라는 목소리와 돈봉투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도 그대로 녹음돼 있다. 그 밖에도 노 의원의 문자도 있고, 노 의원의 목소리가 녹음된 통화 파일도 있고, 청탁받은 내용이 적힌 노 의원의 자필 메모와 보좌진의 업무 수첩도 있다"고 했다. 

이에 민주당은 한 장관이 구체적인 증거를 언급한 것은 "일반적인 설명 수준을 넘어섰다"고 반발했다. 법무부는 "표결의 근거자료로 범죄혐의와 증거관계를 설명하는 건 국회법 제93조에 따른 법무부 장관의 당연한 임무"라고 반박했다. 국회법 93조는 상임위원회의 심사를 거치지 않은 안건에 대해선 제안자가 취지를 설명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 "체포동의안 표결 위한 것" vs "장관 위치, 과한 발언"

법조계는 한 장관 발언에 공익성이 있는지에 따라 유·무죄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대법원 판례는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행위가 위법성을 조각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 △공표 목적의 공익성 △공표 내용의 공공성 △공표의 필요성 △공표된 피의사실의 객관성 및 정확성 △공표의 절차와 형식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한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국회의원은 개인 신분이 아니라 공직자"라면서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현역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안 표결을 위해 발언을 한 것이기 때문에 피의사실 공표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한 서초동의 변호사는 "지금까지 다른 장관들은 주요 혐의 내용만 말했다"고 한 장관의 발언이 과했다고 반박했다.

한편 피의사실 공표 혐의가 실제 기소로 이어진 사례는 전무하다. 해당 규정은 1953년 형법 제정 때 신설돼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지만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형법상 피의사실공표죄는 벌금형이 없는 징역형과 자격정지로 처벌한다. 검사나 경찰에 대한 해당 죄의 유죄가 인정되면 해당 직에서 배제되는데, 이 같은 사후적 판단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