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폭설·살인 한파에 지구촌 경제적 손실 수십조 전망

2022-12-26 16:42

눈폭풍이 닥친 뉴욕[사진=AP·연합뉴스]

올해 들어 기후변화에 따른 폭설·혹한 등 기상이변으로 인해 지구촌에 경제적 손실이 커지는 모습이다. 역대급 혹한이 미국을 강타하면서 항공편 결항이 속출하고 있으며 일본, 인도네시아 등 국가에서도 폭설로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美, 폭설로 수십억 달러 경제적 피해···항공사 울상

역대급 혹한이 미국 경제를 강타했다. 폭설과 강풍에 미국 전역에서 무더기 결항이 속출하는 등 예기치 못한 기후 악재에 항공사들이 울상이다. 눈보라가 연말 대목을 뒤덮으며 항공, 배송 부문 등에서 경제적 피해가 수십억 달러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다. 
 
25일(현지시간) 항공 정보 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FlightAware)에 따르면 이날 미국에서는 3300편 이상 항공편(국내선·국제선)이 취소됐다. 전날에 이은 무더기 결항으로 인해 지난 21일 이후 총 1만4000편 넘는 항공편이 결항됐다.
 
뉴욕 버펄로 나이아가라 국제공항은 폭설과 강풍을 이유로 25~27일 공항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미국 연방항공청은 이날 뉴욕, 보스턴, 필라델피아, 디트로이트, 미니애폴리스 등에서 항공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렸다.
 
항공사 가운데 사우스웨스트항공이 큰 피해를 입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23일과 24일 이틀간 항공편 3분의 1이 취소됐으며 25일에도 약 15%가 결항됐다. 미국 항공 데이터 제공업체 아누브(Anuvu)에 따르면 델타항공은 장비 동결 등을 이유로 이날 항공편 중 약 16%, 알래스카에어그룹은 130편 넘는 항공편을 취소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억눌려 있던 여행 수요가 연말 연휴를 맞아 폭발할 것으로 기대했던 항공사들은 상심이 크다. 아큐웨더 기상학자인 조너선 포터는 “여행 취소와 항공편 지연, 크리스마스 배송 지장 등으로 인해 경제적 피해가 수십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전역에서는 사망자 수가 연일 증가하고 있다. NBC뉴스 집계에 따르며 이날 밤까지 최소 41명이 사망했다. 콜로라도, 일리노이, 캔자스, 켄터키, 미시간, 미주리, 네브래스카, 뉴욕, 오하이오, 오클라호마, 테네시, 위스콘신 등 12개 주에서 사망자가 나왔다.
 
최대 110㎝에 달하는 눈이 내린 뉴욕 북서부 버펄로에서는 혹한으로 인해 밤새 사망자가 3명에서 12명으로 늘었다. 사망자 중 일부는 자동차에서 발견되는 등 버펄로 시내 일부에서 주택과 자동차 등이 눈에 파묻혔다. 뉴욕주는 약 200명에 달하는 인력을 동원해 구조 작업 등을 진행 중이지만 정전으로 인해 구조 작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구조 작업에 속도가 붙게 되면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정전 집계 전문 사이트 파워아웃티지(PowerOutage.us)에 따르면 이날 15만곳이 넘는 미국 가정과 기업이 정전 사태를 겪었다. 버펄로에서는 주민 16%가 전기 공급을 받지 못했다. 따뜻한 남부 휴양지로 유명한 플로리다는 25일 오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1989년 이후 33년 만에 가장 추운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앞서 기상예보 전문 사이트 Bamwx.com은 크리스마스 전후로 미국 지역 중 80%가 예년에 비해 기온이 크게 하강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항공업, 여행업뿐 아니라 미국 유통업체 최대 대목인 연말 쇼핑 시즌에 한파가 닥치면서 유통업체와 배송업체 실적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페덱스, 아마존 등은 이미 고객들에게 악천후로 인해 테네시, 인디애나 등 지역에서 조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통지했다. 

◆일본·중국·인도도 폭설에 골머리

아시아도 때 아닌 폭설과 한파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 17일부터 이어진 폭설이 좀처럼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6일 일본 기상청은 겨울형 기압 배치 영향으로 폭설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날도 국지적으로 시간당 6~8㎝ 내외로 매우 강한 눈이 내리는 곳이 있겠다고 예보했다. 

일부 지역에서 이미 예년 적설량 대비 3배 이상 눈이 내리기도 했다. 26일 오전 8시 기준 적설량은 야마가타현 1m72㎝, 홋카이도 1m55㎝, 니가타현 1m28㎝, 돗토리현 1m, 기후현 80㎝ 등이다. 

이번 폭설로 피해가 불어나고 있다. 일본 소방청 발표에 따르면 17일부터 이어진 폭설로 일본에서 지금까지 14명이 사망하고 34명이 중상, 53명이 경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홋카이도에서는 몬베쓰시 등에서 최대 1만9000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었다. 25일 오전 10시에도 일부 홋카이도, 니가타현, 에히메현, 고치현 지역에서는 통신 장애가 발생해 휴대전화가 불통되기도 했다.

이웃 국가인 중국도 폭설로 도로가 마비됐다. 26일 중국 중앙TV(CCTV)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30분(현지시간) 기준 폭설로 롄훠(롄윈강~훠얼궈쓰)고속도로, 징강아오(베이징~홍콩·마카오)고속도로 등 50개 구간이 통행 제한됐다. 코로나19 확산세에 가뜩이나 원활하지 않은 중국 물류난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밖에 한겨울에도 낮 기온이 영상 20도를 웃돌던 인도 델리에서 근래 보기 드문 강추위가 이어졌다. 26일(현지시간) 더힌두 등 인도 매체는 인도 기상청을 인용해 이날 델리 최저기온이 올겨울 들어 가장 낮은 영상 4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낮 최고기온은 19도로 전날보다는 다소 오를 전망이다. 

델리는 역대 가장 추운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26일 인디안익스프레스 등 인도 매체들에 따르면 크리스마스인 25일 델리 기온이 평년보다 5도가량 낮은 16.2도까지 떨어지면서 올해 들어 가장 낮은 기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이 정도 기온은 한국 기준으로는 늦가을 날씨에 불과하지만 영상 50도에 육박하는 여름철 기온에 익숙한 인도인은 견디기 어렵다. 특히 델리 등 북부 지역은 한겨울에도 평균기온이 영상 10도 아래로 내려가는 날이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지인에게 최근 날씨는 '시베리아 한파'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자 인도 비하르주 파트나 지역 등 일부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을 정도다.
 

일본에 내린 폭설[사진=교도통신·연합뉴스]


◆인도네시아·필리핀은 물폭탄에 난리

폭설이 아닌 물폭탄을 맞은 국가도 있다. 바로 동남아 국가인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이다. 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BPBD)에 따르면 지난 25일 20시(현지시간) 기준 인도네시아 남술라웨시주 주도인 마카사르에서 계속되는 폭우로 주택 3046채가 침수됐으며 이재민 7859명이 발생했다. 인도네시아 기상기후지질청(BMKG)은 인도네시아 우기가 정점에 이르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새해를 앞두고 계속 폭우가 내리는 등 이상기후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필리핀에도 폭우가 계속됐다. 25일 필리핀 국가재난경감위원회는 필리핀 동부 비사야에서 연이은 폭우로 3만명 이상이 피해를 입었으며 현재 6명이 실종됐다고 전했다. 필리핀 기상청(PAGASA)은 26일 필리핀 비사야, 민다나오 등 일부 지역에 계속 비가 내릴 것이라며 해당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홍수와 산사태를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폭설·폭우를 동반한 이상기후가 지구 북반구를 강타한 원인은 바로 북극 냉기류라고 여러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북극 기후가 급격히 바뀌면서 북극에 머무르고 있던 냉기류가 남하함에 따라 겨울철 한파가 더욱 거세졌다는 것이다.
제니퍼 프랜시스 우드웰기후연구센터 선임 과학자는 북극 냉기류가 남하하는 현상에 대해 "우리는 지난 3년간 계속 같은 상황을 봐왔다"며 "(그러한 일이) 다시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 최소한 수십억 달러 피해 전망 

지구촌 전체적으로 이상 기후가 계속됨에 따라 경제적 손실도 기하급수로 불어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한파만 해도 아직 정확한 집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미국에서만 최소한 수십억 달러 이상 직접적 피해가 예상됐고 한파 피해를 입은 다른 나라를 포함하면 그 피해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올해 9월 백악관은 '극단적 기후 이벤트의 비용 상승'이라는 제목으로 된 보고서를 발표하고 피해액 10억 달러 이상인 자연 재해 빈도수가 2000년 이후 전반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통계에 따르면 피해액 10억 달러 이상인 자연 재해 빈도수는 1980년대에 29건이었던 것이 1990년대에는 53건, 2000년대에는 63건을 기록했고 2010년대에는 123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그리고 지난 5년간은 86건을 기록했는데 특히 2020년은 그 빈도수가 20회 이상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2021년이 20회로 2위를 기록했다. 자연재해 종류도 한파에서 태풍, 산불, 홍수, 가뭄 등 다양하다. 

미국국립해양대기국(NOAA)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동안 자연재해에 따른 사망자 수는 688명, 총 피해 규모는 1450억 달러(약 11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NOAA 기상학자 겸 경제학자인 애덤 스미스는 이상기후에 따른 경제적 타격과 관련해 "기후변화가 미국 전역에 걸쳐 무차별적 포격을 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