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시장 긴급점검] 효자품목 주춤하자 '흔들'..."포트폴리오 다변화해야"

2022-12-13 06:00
KDI "수출 부진으로 성장세 약화...경기 둔화 가능성↑"
반도체·석유화학·디스플레이 등 주력품목 모두 적신호
자유무역→보호무역...바뀌는 수출 지형에 대응책 필요

[사진=연합뉴스]


반도체 업황이 최악의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우리나라 수출 시장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대비 30%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업황 악화로 D램 수요가 감소한 데다 반도체 재고 증가로 가격이 낮아진 영향이다.

반도체뿐만이 아니다.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철강 등 수출 주력 품목이 줄줄이 약세를 보인다. 이대로라면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2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부진으로 성장세가 약화하고 있으며 향후 경기가 둔화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외부 충격에 쉽게 무너지지 않는 수출 구조를 만들기 위해선 수출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필요하다. 이 외에도 반도체 등 첨단분야의 핵심 기술력 강화, 전기차·이차전지 등 신산업 분야에서의 초격차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15개 주력 수출품 중 반도체 등 11개 품목 '뚝'
한국 수출을 지탱한 주력 품목들이 줄지어 흔들리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등은 최악의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1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15대 주력 수출품 중 자동차, 석유제품, 2차전지, 차 부품 등 4개 수출만 늘었다. 반도체를 포함한 11개 품목 수출은 모두 작년보다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 수출 감소세는 가파르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84억5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29.8% 줄었다. 반도체는 지난 8월(-7.8%) 마이너스로 전환한 이후 9월(-5.7%), 10월(-17.4%), 11월(-29.8%) 연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주력 상품인 반도체 수출이 주춤하는 건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업황 악화로 D램 수요가 감소한 데다 반도체 재고 증가로 가격이 낮아진 영향이다. D램 고정가는 올해 초 3.41달러였으나 지난 10월과 11월에는 2.21달러까지 떨어졌다. 특히 지난달 메모리 반도체 수출액은 작년보다 49.7% 급감하며 38억4000만 달러에 그쳤다.

석유화학 수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합성수지 등 일부 품목 공급 과잉으로 단가가 하락하면서 수출액이 작년보다 26.5% 감소한 35억3000만 달러로 나타났다. 중국의 강력한 봉쇄 조치 장기화도 석유화학 수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펴왔지만, 코로나 재확산으로 인한 봉쇄 조치가 길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공장에 납품되던 한국산 석유화학 원료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전망도 어둡다. 중국이 석유화학제품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대규모 증설 투자를 주도하고 있어 당분간 재고 누적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외에 디스플레이(-15.6%), 철강(-10.6%) 등 주요 품목 수출도 줄었다.
 
보호무역으로 통상질서 개편...좁하지는 수출길
우리나라 수출시장을 둘러싸고 켜켜이 쌓인 악재들은 단기간에 해결될 일이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세계 경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다 미국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다자간 자유무역주의에서 보호무역주의로 통상 질서가 개편되는 움직임을 보여서다. 더군다나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세계무역기구(WTO)의 중재 기능이 무력화하면서 보호무역주의가 더욱 기승을 보인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선 중국 시장에 기댄 수출 지형에 변화가 필요하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발간한 '팬데믹 전·후, 한국 수출 주력 품목 경쟁력 진단' 보고서에서 중국에 의존적인 수출 구조와 품목을 다변화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중국의 수입 수요 감소는 올해만 발생하는 일시적인 요인이 아니라 향후 중국의 경제체질 변화에 따라 굳어지는 구조적인 요인이 될 수 있어서다.

무역협회는 "중국은 최근 20차 당대회를 통해 경제의 질적 성장을 최우선 발전전략으로 제시하며 내수 중심 성장, 기술 자립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급격한 수입 수요 감소는 일시적 충격이 아니라 항구적 변화일 수 있다"며 "총수출의 20%를 중국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이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글로벌 외부 충격에 강한 수출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 해야 한다. 지난해 기준 총수출의 25%가 대(對)중 수출이었으며, 항목별로 보면 전체의 20%가 반도체에 편중됐다. 무역협회는 "이런 수출 포트폴리오는 외부 충격에 취약한 구조"라며 "지역·폼목 다변화를 통해 수출의 회복탄력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