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업무개시명령' 발동 시사…원희룡 "국민 볼모 삼는 행태 용납 못 해"(종합)
2022-11-25 19:02
화물연대 총파업 이틀째…시행 시 2004년 제도 도입 후 첫 사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오전 부산신항 현장점검에 이어 오후 경남 김해시 소재 레미콘 생산 현장을 찾아 업계 우려사항을 청취했다.
특히 원 장관은 레미콘 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안전운임제 관련 화물연대의 요구사항들은 집단운송거부가 아니라 국회에서 합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국회에서 입법으로 도울 수 있는 부분은 정확히 반영하겠지만 국민을 볼모로 삼는 행태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주무부처인 국토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으로 집계된 화물연대 총파업 참여율은 30%다. 전체 조합원(2만2000여명 추정) 가운데 6700여명이 경기(670명), 부산(490명) 등 전국 16개지역 160여개소에서 집회 중이다. 이는 첫날 대비 2900명 줄어든 수치다.
전국 12개 항만의 컨테이너 장치율(63.9%)은 평시(10월 기준 64.5%) 수준으로 항만 운영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날 부터 오후 5시까지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1만451TEU(1TEU, 20ft 컨테이너 1대 분량)로, 평시(3만6655TEU) 대비 28% 수준이다.
자동차·철강·시멘트 등 각 협회에서 운송거부 신고가 접수된 건은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화물연대는 지난 6월 총파업을 통해 정부와 안전운임제를 지속 추진하기로 합의했으나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24일 0시를 기점으로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와 운송료 인상, 지입제 폐지 등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국토부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제14조에 따른 업무개시명령과 관련한 실무 검토를 진행 중이다.
어명소 국토부 제2차관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업무개시명령을) 어떻게 할지 실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국가경제에 심각한 우려가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충북 단양 한일시멘트 공장을 방문해 업계 피해상황을 점검하기도 한 어 차관은 “일몰제 3년 연장을 수용하고 품목확대는 곤란하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업무개시명령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토부 장관이 명령할 수 있다. 이 경우 운송사업자·종사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할 수 없고, 거부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명령 위반 시에는 화물차운송사업·운송가맹사업 허가 정지 및 취소까지 가능하다.
업무개시명령은 2003년 화물연대 총파업을 계기로 도입됐다. 당시 화물연대가 5월 2∼15일, 8월 21일∼9월 5일 두 차례 파업을 벌였고 이 때문에 부산항이 마비된 것이 계기가 됐다.
정부는 이후 화물연대 파업 때마다 집단행동이 확산하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해 파업을 강제 저지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제로 발동된 적은 없었다.
다만 2020년 대한의사협회 파업 때 의료법상 업무개시명령은 발동된 사례가 있다.
2020년 8월 전공의(인턴·레지던트)와 전임의들이 문재인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한방 첩약 급여화 등에 반대하며 파업을 벌였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전공의·전임의 278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고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전공의 10명을 고발조치했다.
어 차관은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려면 업무구체성, 명령집행성, 법률적합성 등 모든 요건들이 맞아야 한다”면서 “화물연대 소속 화물차주들이 개인사업자들이지만 화물차를 대체할만한 운송수단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들이 집단거부를 하면 국가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